버스 운전기사가 다음 운행까지 자유로운 상태로 대기하는 시간은 노동시간이 아니므로 급여를 따로 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은 버스기사 문모씨 등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버스기사 문씨 등은 버스운행 시간 외에도 운행준비·정리시간, 가스 충전, 교육시간, 대기시간 등도 노동시간에 포함해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2011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버스운행 시간 외 대기 시간 등도 노동시간에 포함된다고 보고 회사 측이 문씨 등에게 170만~480만원의 수당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들이 대기시간 중에 식사와 휴식을 취하는 외에도 차량정비, 검사, 청소를 한 점 등을 볼 때 피고 회사 측의 지휘·감독 아래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2심 역시 “원고 운전기사들이 실제로 대기 상태에서 운행준비를 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운전과 직·간접 관련 있는 업무를 하고 있어 대기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며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이 방해됐다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 등을 따져서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대법원은 “피고 회사 측이 대기시간 중에 원고 운전기사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등 지휘·감독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도 대기시간까지 피고들의 지휘·감독권이 미친다고 볼 만한 규정이 없다”며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나 다음 운행버스 출발시간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운전기사들이 휴식 시간으로 활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이번 판결이 일반 버스회사들의 대기시간에 일괄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기시간 중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미치는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지휘·감독이 미치지 않고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은 노동시간이 아니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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