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이하 공정특위)가 현재 자산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 규제대상 선정기준을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으로 연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순환출자·금융보험사·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보유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특위, 한국경쟁법학회와 공동으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공정특위는 기업집단법제 분과 7개 과제에 대한 그간의 논의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공정특위는 매년 공정위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GDP와 연동하는 안을 내놨다. 현재 자산총액이 10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공정특위의 안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GDP의 0.5% 이상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기준액을 매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보다 경제규모에 따라 자동변경되도록 하는 편이 기업의 예측가능성 등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도입시기는 GDP의 0.5%가 10조원이 되는 시점으로 잡았다. 공정특위 관계자는 “현재의 지정기준과 연속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GDP는 1730조원이었다. 0.5%는 8조6520억원이다.

공정특위는 순환출자규제 개편방안도 논의했다. 순환출자는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 도입한 방식이다. 그룹 내 계열사가 ‘A븑B븑C븑D븑A’ 순으로 자본금을 출자하는 구조다. 총수일가는 A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만 확보하면 나머지 계열사들도 장악할 수 있다. 그간 순환출자가 총수의 지배력 확대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지난 4월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4개 대기업이 10개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특위는 순환출자를 최종 완성한 출자회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A븑B븑C븑D븑A’에서 D계열사가 A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이다. 그만큼 순환출자를 통한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보험사를 통한 의결권 행사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은 금융계열사를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고객이 맡긴 돈이 총수일가를 위해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공정특위는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한도를 5%로 제한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재는 계열회사가 상장사일 때 임원의 선임·해임, 정관변경, 다른회사로의 합병·영업양도 등에 있어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최대 15%까지의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를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기준이 신설되면 그만큼 의결권 행사 범위도 줄어들게 된다.

금융·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동원된다는 지적을 받아 온 공익법인 규제도 논의대상에 올랐다. 공익법인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금융·보험사처럼 특수관계인과 합해 15%, 공익법인 합산 기준으로는 5% 내에서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는 총수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상장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비상장계열사의 경우 지분 기준은 20%다. 공정특위가 제시한 안은 상장계열사와 비상장계열사 지분기준을 모두 20%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총수일가가 상장계열사 지분을 29.9%로 맞춘 뒤 일감 몰아주기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총수일가가 간접 지배하는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도 내놨다.

공정특위는 오는 7월 전체회의를 열어 전면 개편안 마련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개편안을 토대로 공정위 입장을 마련해 정부입법안을 하반기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