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보다 더 뜨거운 우리의 분노를 저들에게 보여줍시다.”

홍익대 회화과 몰카(몰래카메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성차별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에서 나온 목소리다. 자발적인 집회 참여자들로 구성된 주최 측 ‘불편한 용기’는 7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다시 집회를 열었다. 지난 5월 19일과 지난달 9일 같은 곳에서 2차례 열렸던 집회의 3차 시위다.

지난 5월 첫 집회는 경찰이 몰카로 남성을 불법촬영한 여성 가해자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구속수사하자 여성들이 “남성 가해자에게는 관대하면서 여성 가해자에게는 엄격한 것은 편파 수사”라고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1차 집회에는 2만명, 2차 집회에는 4만5000명이라는 한국 여성 시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인원이 모이면서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주최 측은 “우리는 불법촬영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보이는 안일한 태도를 규탄하고 불법촬영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책 수립과 즉각 실행을 요구하는 한편 편파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회 전반의 성차별에 항의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집회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일상적으로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대상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 피해자 됐을 때 국가로부터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에 우리는 시달려 왔다”며 “7월 더위보다 더 뜨거운 우리의 분노를 저들에게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국민일보는 공중화장실 등에 교묘하게 설치된 ‘몰카’가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해당 기사는 여성들이 몰카 피해 예방을 위해 송곳과 글루건 등을 휴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여성들은 이날 집회에서 여성 경찰청장 임명, 문무일 검찰총장 사퇴, 판·검사 등 고위 관직 여성 임명,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촬영·유포·판매·구매자에 대한 강력 처벌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주최 측은 “(성범죄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은 부실했고 검찰과 경찰은 변명만 늘어놨으며 실질적으로 제도가 개선되거나 실행되지는 않았다”고 집회를 계속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외에도 광주, 대구, 부산 등전국 각지에서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분노한다는 의미로 빨간색 옷을 입은 참가자가 많았다.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오후 4시 기준)이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캠퍼스 앞 4개 차로를 채웠다.

하지만 이 집회가 잘못된 관행의 개선 촉구를 넘어 성 대결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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