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최예슬 기자

“불꽃같은 우리는 법을 바꾸고 촬영하는 범죄자는 영원히 지옥으로!”

서울 도심에서 열린 여성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 쓰인 ‘불법촬영’ 사행시다. 여름이 본격 시작되는 ‘소서’의 불 같은 땡볕에도 여성에 대한 몰래카메라 범죄 편파 수사를 규탄하기 위해 6만여명(오후 6시 기준 주최 측 추산)이 넘는 여성들이 모였다.

홍대 누드모델 몰카 촬영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해온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는 7일 오후 3시부터 6시40분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제3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마로니에 공원 입구부터 혜화역 2번 출구까지 약 500m 넘는 거리의 2개 차선을 채웠다. 주최 측이 밝힌 집회 참가 자격은 ‘생물학적 여성’이었다. 남성은 집회현장 입장이 불가능했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에서는 대절 버스를 타고 8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자이루”라는 인삿말을 건넸다. 주최 측이 밝힌 인삿말의 의미는 ‘자매님들 하이루’였지만 일각에선 “남성의 신체부위를 빗대 비하하는 단어”라며 불편함을 드러내 그 의미를 두고 논란이 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참가자들은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연신 부채질을 했지만 더위를 쉽게 떨치지 못했다. 사진에 찍히지 않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를 썼다. 양산 쓴 이들도 있었고 급한대로 손수건에 물을 적셔 목에 두르기도 했다. 4시간가량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있어야 해 간이의자를 준비한 무리도 있었다. 참가자들의 손에 든 피켓에는 다양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세상은 결국 우리에 의해 바뀔 것이다’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여혐민국 여혐범죄 무능 국회 동조자다’는 등의 피켓이 눈길을 끌었다.

연사가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외치자 호응이 쏟아졌다. 뒤이어 여성이 피해자인 몰카 범죄 수사에 소극적인 검·경, 대통령,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검찰총장 문무일 사퇴, 솜방망이 법원처벌 규탄, 여성 판사 임명 등을 요구했다. “여성 유죄, 남성 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는 구호를 따라 외쳤다. 몰카 범죄를 1차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이 여성 피해자를 2차 가해 하지 않도록 경찰 중 남녀 비율은 1대 9로 맞춰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혜화역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집회를 지켜보거나 귀를 기울였다.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전혀 공감하지 못하겠다”며 집회 참가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남성과 여성이)서로 분노와 분노로 맞서는 것 같다”며 씁쓸해하는 시민도 있었다. 50대 중년들은 “왜 저런 집회를 하는 거냐”며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10,20대 젊은 남성 중에서는 “우우~”라고 야유하며 비웃는 이도 있었다.

집회 중간에 이따금씩 촬영하는 시민들로 인해 갈등도 빚어졌다. 오후 4시15분쯤 집회현장 인근의 한 건물 4층에서 일하던 직원이 휴대전화로 참가자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발견하자 “찍지마!”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오후 4시50분에는 차량 운전자가 운전 중 사진을 찍어 경찰이 차를 급히 세우고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뒤이어 10대 청소년이 참가자 사진 여러장을 찍어 제지를 받자 “휴대전화만 들어도 이렇게 사람을 몰아가냐”고 항의했다. 참가자들은 큰 소리로 “몰카범이 여기있다!”고 외쳤다. 이들이 찍은 사진은 모두 경찰과 집회 주최 측이 삭제를 확인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사용할뿐 사진을 찍지 않았던 시민도 오해를 샀다. 참가자들이 집회 현장 근처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남성을 가리켜 “몰카를 찍었다”고 해 경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하지만 남성은 “사진을 찍지도 않았는데 도리어 (내가)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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