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내 민주원씨가 비서 김지은씨의 성폭행 피해 폭로 이후 “안희정이 정말 나쁜 XX다. 패 죽이고 싶지만, 애 아빠니까 살려야지”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씨가 안 전 지사를 변호하기 위해 김씨의 행실을 문제 삼기 위한 자료를 준비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구모(29)씨는 9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성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 3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구씨는 지난 대선 당시 경선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안 전 지사가 특정 장소에 도착하기 전 동선을 체크했으며, 피해자 김씨와 가까운 사이다. 그는 지난 3월 5일 김씨의 최초 폭로 후에 캠프 동료들과 함께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란 모임을 만들고 캠프 내 다른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씨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3월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밤에 안 전 지사의 큰아들에게서 ‘그 누나(김지은)의 정보를 취합해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구씨는 이어 “큰아들에게 전화했더니 (안 전 지사의 아내) 민주원 여사가 받았다”며 “(전화 통화 상으로) 민 여사가 ‘김지은이 처음부터 이상했다. 새벽 4시에 우리 방에 들어오려고 한 적도 있다. 이상해서 내가 (지난해) 12월에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바꾸자고 했다. 김지은의 과거 행실과 평소 연애사를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지사가 한 언론사의 ‘미투(#MeToo)’ 관련 후속 보도 내용을 미리 입수한 뒤 언론사 간부를 통해 보도를 막으려 한 적도 있다고 구씨는 주장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김씨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위력을 행사했다고 규명하는 내용의 보도를 했던 한 언론사 기자에게 직접 들은 얘기”라며 “안 전 지사가 해당 보도가 나갈 것을 알고 언론사 유력 인사에게 전화해 아내 민씨의 인터뷰를 잡아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구씨는 “실제로 언론사 간부가 기자에게 전화해 기사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기자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결국 기사가 나가게 됐다”며 “이 이야기를 듣고 안 전 지사 측이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는 게 소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경선 캠프와 충남도청 정무팀이 얼마나 수직적 분위기를 가진 조직이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사건의 초점이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위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와 그 방식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구씨는 “나도 술자리에서 경선 캠프 당시 팀장급 선배에게 뺨을 맞거나 머리를 맞은 적이 있다. 안 전 지사 조직이 매우 수직적인 분위기였다”며 “술자리나 노래방 등에서 성추행이 비일비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만 해도 안 전 지사가 ‘젠더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오직 안 전 지사만 보고 일하자는 마음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당시에는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구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김씨가 정신과치료가 필요해보일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도 했다. 구씨는 “당시 김씨가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난다’ ‘입에서 욕이 나오려고 한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김씨가 카카오톡을 탈퇴한 뒤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도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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