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피넬러스 카운티 애니멀 서비스' 페이스북 캡처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아낌없이 돈을 쓰는 ‘펫팸족’이 증가하면서 ‘펫코노미’ 역시 급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펫코노미란 애완동물과 경제를 조합한 용어로 반려동물과 관련한 시장 또는 산업을 일컫는 신조어다. 펫코노미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 용품, 의료, 미용, 분양 등은 물론 전문 훈련소, 펫 택시, 유치원, 호텔 서비스, 장례 서비스 상품까지 등장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반려동물 미용 관련 산업은 수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곰돌이 염색’ ‘볼터치 염색’ ‘너구리 염색’… 누굴 위한 미용인가?

최근 반려동물을 개성 있게 꾸미기 위해 염색이나 파마를 시키는 반려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이 과연 반려동물들을 위한 것인지, 반려인 본인을 위한 선택인지 종종 헷갈릴 때가 있다. 최근 SNS만 살펴봐도 다양한 색상으로 염색한 반려동물 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귀와 발만 염색하는 ‘곰돌이 염색’, 볼 부분을 발그랗게 물들이는 ‘볼 터치 염색’ 등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반려동물 미용 업체에서는 해롭지 않은 반려동물 전용 염색약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염색약을 쓴다고 해도 약품 냄새와 피부 자극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힘들다. 심지어 일부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하면서 사람용 염색약이나 파마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미용 도구와 약품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피부 화상, 실명, 후각 상실 등의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경우에도 사용해선 안 된다.

사진='피넬러스 카운티 애니멀 서비스' 페이스북 캡처

지난 1월 미국 동물보호단체 ‘피넬러스 카운티 애니멀 서비스 (Pinellas County Animal Services)’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염색약 때문에 화상을 입고 괴로워하는 강아지 한 마리의 사진이 게시됐다. 견주는 강아지에게 사람이 사용하는 보라색 염색약을 사용했고, 그 결과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됐다. 강아지의 피부는 심각할 정도로 벗겨지면서 피가 났고 두 눈이 부풀어 올라 앞도 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강아지를 염색시킨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이 보라색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견주는 이런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강아지를 몰래 유기했고, 갑자기 집을 잃은 강아지는 길가에서 의식을 잃었다.

강아지는 다행히 동물 구조 단체의 재빠른 구조로 목숨을 잃진 않았지만 약 3개월 동안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으며 화상 입은 피부를 치료받아야 했다. 강아지는 지금도 여전히 회복 중에 있다고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 측은 “강아지가 조금만 더 늦게 구조됐었다면 가망이 없었을 것”이라며 “염색약 성분이 강아지에게 무척이나 해로우며 어떤 일이 있어도 강아지 미용을 위해 사람의 염색약을 쓰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진='피넬러스 카운티 애니멀 서비스' 페이스북 캡처

◆ 소음·진동·낯선 환경에 이발할 때도 스트레스받아…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약 7~12만 Hz의 예민한 청각을 가지고 있어 미용도구가 내는 소음과 진동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미용을 받을 때 미용사를 물고 할퀴는 일도 다반사다. 고양이 역시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나거나 낯선 장소에 있으면 극도로 불안해하기 때문에 미용 후 한동안 안 하던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의 명보영 수의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용은 질병관리에 필요하긴 하지만 초보들은 피부에 상처를 내거나 화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또 미용을 위해 장시간 고정시키려고 개에게 강제적인 힘을 쓸 텐데 이것도 큰 스트레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는 A씨는 “우리 집 강아지는 털 깎는 소리에 민감한 건지 덜 깎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미용을 너무 무서워한다”면서 “털을 깎을 때마다 겁에 질려 꼼짝도 못 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안쓰러워서 가급적이면 미용을 안 시키고 싶지만, 여름에는 털을 깎아주지 않으면 더위를 심하게 탄다. 미용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강아지의 경우에는 피부에 땀구멍이 거의 없어 호흡으로 열을 발산한다. 특히 몸을 뒤덮은 털은 체온 조절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제때 털을 잘라주는 게 좋다. 이어 A씨는 “그나마 겨울에는 털 깎는 주기가 길어져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다. 우리 집 강아지는 노령견이다 보니 낯선 장소에 오래 머무는 것도 스트레스 요인이 될 것 같아 셀프 미용을 고려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강아지의 건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닌 주인의 만족감만을 위한 이발 역시 ‘동물권’을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아지 털을 손질해 인형처럼 모양을 내는 ‘곰돌이 컷’ ‘스포팅 컷’ ‘큐브 컷’ 등뿐만 아니라 최근 인도에서는 러시아 월드컵 열기가 이어지면서 유명 축구선수와 비슷한 모습으로 반려동물을 꾸미는 것이 유행이라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전했다. 반려동물 미용업계에 종사하는 하는 한 남성은 “많은 고객들이 자신들이 응원하는 축구선수들의 스타일로 꾸며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강아지가 아니라 본인 좋자고 하는 행동 아닌가’ ‘강아지가 인형인 줄 아느냐’ ‘반려동물이 원치 않는 과도한 미용은 학대다’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 펫 인구 1000만 시대… 관심 커지는 ‘동물권’

반려동물을 향한 관심은 자연스레 동물복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 복지업무 전담조직인 ‘동물복지정책팀’을 신설했다. 이는 동물보호, 복지 제고 및 이를 위한 조직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기존에 있던 축산정책국의 축산환경복지과 내에 있던 동물복지팀을 분리해, 별도의 과 단위 조직으로 신설된 것이다. 동물복지 정책팀은 ▲동물 유기·학대 방지 ▲반려동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 ▲동물실험의 윤리성 제고 ▲반려동물 관련 산업 관리 강화 ▲축산 사육환경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반영해 ‘동물보호과’를 신설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경기도는 지난 10일 동물보호팀·도우미견 나눔팀·야생동물구조팀 등으로 이뤄진 동물보호과를 출범시켰다. 2012년 동물보호과가 신설된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반려동물과 가축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며 “관련 민원이 늘고 있어 과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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