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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범죄에 들끓는 여론… 전문가 “무조건 격리 주장은 잘못”

뉴시스

#36세 여성 A씨는 2014년부터 환청·망상·충동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조현병 환자다. 그는 지난 4월 29일 경남 양산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30대 여성 B씨의 오른쪽 옆구리 부분을 흉기로 찔렀다. 또 B씨의 네 살 난 딸을 폭행했다. 법원은 “A씨가 심신미약 상태였고 피해가 가벼운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히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치료감호도 명령했다.

#제주 노형동 탐라도서관 인근에서 ‘그래서 여자만 죽인다. 23명’이라고 적힌 괴쪽지가 지난달 29일 발견됐다. 경찰은 다음 날인 30일 조현병 환자 C씨를 용의자로 검거했지만 피해가 없어 입건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하루 동안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C씨 검거 사실을 알린 제주지방경찰청 페이스북에는 “정말 다행이다. 무서웠다”는 내용의 댓글이 1000개 넘게 달렸다.

연이은 조현병 환자의 범죄… 들끓는 여론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현행법은 심신미약자가 저지른 범죄의 경우 감형하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경북 영양파출소 소속 김선현(51) 경위가 40대 남성 D씨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은 D씨가 조현병을 앓았다고 진술했다.

김 경위는 14차례 표창을 받은 모범 경찰관이었다. 일반 외근뿐만 아니라 중요한 범인을 검거할 때도 솔선수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정집에서 난동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8일 낮 12시49분쯤, 흥분한 D씨를 달래며 대화를 시도하다 변을 당했다. D씨가 뒷마당에서 흉기를 들고 온 후 무방비 상태였던 김 경위를 공격했다. D씨는 김 경위의 동료에게도 큰 상처를 입히고, 뒤이어 도착한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아 현장에서 붙잡혔다.

D씨는 2011년에도 말다툼을 하던 환경미화원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다. 하지만 자주 난동을 부려 경찰관들이 종종 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이 보도되고 나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는 청원 5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됐다. 한 청원인은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물의가 빚어졌고 동기가 없는 범죄들로 인해 죄 없는 시민이 다치거나 죽는다”면서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청원인은 “국민의 불안감이 급증하고 있다”며 “관련 부처에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하고 이런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여론의 반응도 날카롭다. 고모(24·여)씨는 “격리는 물론 감형 규정도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권모(24·여)씨도 “심신미약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피해자가 겪는 피해 정도나 정신적 타격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예방이 가능한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오히려 가중처벌되면 좋겠다. 보호자의 책임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모(27)씨는 “조현병 환자라고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범죄를 저질렀을 땐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경위의 소식을 전한 기사 상당수에 “강제로 입원시켜 두는 법은 없냐” 또는 “관리를 해야 한다”와 같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조현병 진료인원…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서 조현병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사람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1만3280명, 2014년 11만4732명, 2015년 11만7352명, 2016년 11만9162명, 지난해 12만70명으로 집계됐다. 4년 만에 6% 늘었다. 2016년의 경우 40대 환자가 3만4346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2만5911명)와 50대(2만5913명)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이 비질환자의 범죄율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공개한 범죄분석 보고서는 정신질환경험자 수가 전체 인구의 약 10%인 점을 고려했을 때,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비정신질환자의 경우보다 현저히 낮다고 기록하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0.08%로 비정신질환자(1.2%) 범죄율보다 15분의 1 수준인 셈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조현병학회는 지난달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거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경기도 수원에서 통합정신건강센터 설치를 추진하자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데 따른 입장이었다. 조현병학회는 “정신질환자 범죄는 치료받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일어난다. 통합정신건강센터 설치와 관련한 지역사회 갈등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도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로 인한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점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일반인보다 분명히 낮다는 것”이라며 “치료받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위험성에 대한 객관적인 조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은 지양해야”

조현병은 망상, 환청,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과거 정신분열병이란 명칭으로 불렸던 이 병은 2011년에 개명됐다. 조현(調絃)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이다. 조현병 환자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한 현악기처럼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데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조현병의 경우 약물 요법 등을 통해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현병 환자를 무조건 격리해야 한다는 접근은 잘못된 것”이라며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범죄를 일으킨 조현병 환자는 약물치료를 중단한 경우가 상당수”라면서 “통제가 불가능한 것은 초기에 불과하다. 이럴 땐 응급 입원을 한 뒤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방치된 모든 조현병 환자가 중범죄를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조현병 중에서도 양성반응, 즉 환청·망상·피해망상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성반응인 조현병 환자는 대인관계 등에 어려움을 겪어 대체로 집에만 머무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에 의한 경찰관 사망 사건은 이미 폭력적 행동을 보인 전력이 있는 D씨가 다시 범행을 벌인 것이 핵심”이라며 “조현병 환자 모두가 아니라 폭력 전과가 있으면서 편집증이 심한 사람이 위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환자는 논리적인 설득이 어렵고 끝까지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전문 인력이 경찰에 꼭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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