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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과격하고 폭력적인 아이

부부관계 단절이 원인, 관계 회복해야 치료 가능


A는 사춘기가 되면서 엄마와 갈등이 잦아졌다. 아이가 불만을 터트리고 말대답이 많아지자 엄마는 아이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극단적으로 아이를 몰아 붙였다. 욕을 하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물건을 발로 차기 시작하였다. 엄마를 향해 물건을 던지고 차츰 엄마를 밀치고 때리기 시작하였다. 엄마는 어이가 없었지만 이제 힘으로는 아이를 감당 할 수가 없었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이런 아이의 행동을 보고만 있는 남편이었다. 평소 감정 폭발이 잦은 엄마를 보아왔던 아빠는 아이의 이런 행동을 보면서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 아내가 자신을 옥죄는 게 지긋지긋했던 아빠는 부부싸움도 하다 지쳐 이제는 아내와 완전히 정서적으로 단절된 상태로 지냈다. 그러다가 이제는 엄마에게 욕하고 폭력을 쓰는 아들의 패륜적인 행동에 어이가 없고 실망이 커져, 아이와도 정서적 단절을 해버렸다. 아빠는 원 가족과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형제와도 갈등이 생기면 회피하고 단절하는 양상을 취해 왔던 터였다.

아이의 오만함이 도를 넘어 갔지만 방치하는 사이 아이의 과격함은 점차로 수위가 높아졌다. 아빠도 엄마도 무력해져서 아이가 화를 낼까 비위를 맞추게 되고 A는 가족 위계 중 맨 꼭대기를 차지해 버렸다.

A는 어려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이하 ADHD)를 진단 받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치료를 하다가 ‘크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에 치료를 중단했었다. 그런데 부모를 폭행하기에 이뤘다. 후회를 해도 이미 늦었다. 이제는 치료를 하자고 부모님이 통 사정을 해도 아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부모와 ‘거래 하고 힘겨루기’를 하였다.

해결책은 우선 A와 엄마가 직접 충돌하는 상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엄마와 아이가 ‘예외적으로’ 잘 지내는 때가 언제인지 물었다. A는 엄마가 간섭하지 않는 때라고 말했다. 이럴 때 아빠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아빠, 엄마가 같이 좋아하는 텔레비전프로를 보거나 엄마가 아빠에게 잔소리를 할 때라고 하였다. A의 엄마는 정서적으로 단절해 버린 남편의 관심이 필요했고 남편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아이를 간섭하며 잔소리를 했던 것이다. 이런 아이의 얘기를 들으면서 차츰 아빠는 자신이 원 가족과의 관계 패턴처럼 현재도 가장의 책임을 회피하고 아내, 아들과도 단절한 채 지내고 있었다. 이것이 아이와 아내의 충돌을 초래했다. 아이와 엄마가 충돌하지 않는 ‘예외적 상황’을 늘려가기 위해 부모가 함께 무언가를 하는 노력을 했다.

A는 ADHD의 특성대로 원하는 것을 즉각 들어주지 않으면 화를 내고, 화가 선을 넘어갈 때도 있었지만 이제 아빠는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권위를 갖고 아이를 통제하고 제압하려고 했다. 아이도 집안에서 자신이 위계질서 상으로 가장 아래에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포기하는 것을 배워 나가고 있다. A는 약물치료는 여전히 거부하고 공부는 안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미술을 하면서 폭력적인 행동은 자제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부모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고 있다. 부부 관계가 회복되니 가능한 일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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