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주도에 근거지를 마련해 중국인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인 대만인 조직원 50여명에게 법원이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는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대만인 총책 A(35)씨와 한국인 총책 B(41)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법원은 중간책 4명에게 징역 5~7년,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46명에게는 징역 2~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른 조직원 6명은 범행 기간이 짧고 수사에 협조한 점이 고려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A씨의 조직은 대부분 대만인으로 구성됐으며 체계으로 역할을 분담해 운영되고 있었다.

김 판사는 “초국가적 범죄인만큼 피해회복을 위해선 국가간 공조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총책들을 제외한 나머지 56명을 콜센터 현장에서 일망타진했지만 일부는 범행을 부인하거나 은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어 엄단을 원하는 국제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제주도 소재 빌라 2개동에 콜센터를 차린 뒤 중국인들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중국 본토 현지인에게 전화국과 공안을 사칭하며 “전화 요금이 연체됐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으니 소재지 공안 팀장에게 신고하고 상담받아라” “정부에서 도와줄 테니 지정 계좌로 돈 입금해라” 등의 수법으로 전화금융사기를 벌였다.

검찰 측은 중간책들이 컴퓨터 온라인 게임 등에서 ‘한국에 일자리가 있다’며 대만인을 모집해 무비자 지역인 제주도에 입국시켰다고 전했다.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시나리오 반복훈련을 시켜 자체 시험을 통과하면 범죄에 실전투입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범죄 피해 규모는 경찰 추산 4억7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이번 A씨 일당의 사례가 외국인이 국내에서 직접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운영해 적발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갈등도 빚었다. 중국 측은 ‘자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이니 가해자를 우리 측으로 넘겨라’라고 요구하는 반면 대만 측은 ‘자국민을 타국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검찰은 자칫 세 국가간의 외교분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국내에서의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김혜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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