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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의 ‘먹튀’이자 SF의 ‘알짜배기’, 파블로 산도발의 두 얼굴

샌프란시코 자이언츠 파블로 산도발=AP뉴시스

78경기 0.260의 타율에 8개의 홈런. 5년 9500만 달러의 거액에 계약한 선수의 성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기록이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들어온 선수의 기록이라면 감지덕지다. 인기까지 많다면 더할 나위 없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SF) 자이언츠로 돌아온 3루수 파블로 산도발(32) 이야기다. SF에서는 복덩이인 그지만, 산도발은 사실 미국프로야구(MLB) 역사상 최악의 FA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선수다.


산도발은 2014년 0.279의 타율에 16홈런을 기록하며 당시 소속팀이었던 SF의 월드시리즈(WS)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WS에서는 4할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런 산도발은 시즌 뒤 호기롭게 FA 선언을 한 뒤 시장으로 나갔다. 그에게 접근한 팀은 2013년 WS 우승의 영광을 뒤로하고 2014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로 추락한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많은 이들이 그의 체중을 문제삼았지만 보스턴은 그와의 계약을 강행해 5년간 9500만 달러의 거액을 안겼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의 파블로 산도발=AP뉴시스

보스턴에서 산도발의 모습은 최악 그 자체였다. 공수 어느 쪽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서 결장하기까지 했다. 2015년 6월에는 경기 도중 화장실에 가서 스마트폰을 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구단의 자체 징계(1경기 출장정지)를 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단 3경기밖에 나오지 못했다. 절치부심해 오프시즌 중 다이어트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다시는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찾지 못했다.

결국 보스턴은 4950만 달러의 잔여계약을 떠안은 상태로 지난해 그의 방출을 결정했다. 그가 보스턴에서 올린 기록은 타율 0.237와 14홈런이었다. A급 선수의 부진한 한 시즌성적이라고 봐도 무방한 기록이지만 이마저도 2년 반동안 겨우 161경기에 나서 채운 수치다.

보스턴에서 쫓겨난 산도발은 곧바로 친정팀인 SF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8월 SF 팬들의 환대 속에 복귀한 그는 47경기에서 0.225의 타율에 5홈런을 기록했다. 구단 역사상 첫 38타수 연속 무안타 기록을 세우는 오점을 남기긴 했지만 2018 시즌에도 SF는 산도발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보스턴에서 방출된 상태였기 때문에 SF는 거의 공짜로 산도발을 쓸 수 있었다.

올 시즌의 산도발은 그야말로 알짜배기 같은 모습이다. 1루와 3루를 오가며 빈 구멍을 채워주며 타격 기록(0.260 8홈런)도 나쁘지 않다. 데뷔 처음으로 2루수로 2경기에 나서 7이닝 동안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런 그는 지난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5회말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린 뒤 6회 2타점 적시타까지 치며 5타점을 올렸다. 10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는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며 경기를 끝내버렸다. 보스턴 시절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SF는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에 그쳐있지만 지구 1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3경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번의 우승을 함께했던 산도발이 ‘짝수해 자이언츠’의 부활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도발이 없었던 2016년의 짝수해 자이언츠는 컵스에게 패해 NL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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