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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혹했다’는 10대 성폭행범, 항소심 감형 사유 논란

1심 실형 선고→2심 소년원 송치, 재판부 “피해자 법정대리인과 합의한 점 고려”


법원이 ‘반성’과 ‘합의’를 성폭행범의 선처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여학생을 ‘먼저 유혹했다’며 성폭행한 1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감형 이유로는 ‘늦게나마 반성한 점’과 ‘피해자의 법정 대리인과 합의한 점’이 꼽혔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황진구)는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해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군(17)에게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1심은 A군에게 장기 3년에 단기 2년6개월,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형사 판결을 내리는 대신 소년원 송치를 결정하면, 소년법에 따라 처벌 대신 ‘보호자 및 위탁보호위원 위탁 처분’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1∼10호 처분을 받게 된다. 처벌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맞춘 결정인 셈이다.

재판부는 “만 16세의 어린 나이고, 형사처벌을 받거나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형벌로써 사회와 격리하기보다는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소년부 송치 결정 이유를 밝혔다.

10대 범죄에 대해 아동·청소년 전문가들의 견해는 “교화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지배적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언급한 또 다른 감형 이유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재판부는 “죄질과 범정이 가볍지 않지만 뒤늦게나마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당심에서 피해자의 법정대리인과 합의해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사건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A군의 범행 내용은 재판부의 판단처럼 ‘죄질과 범정이 가볍지 않다’고 볼 수 있다. A군은 2016년 1월 전북 전주의 한 학원 화장실에서 B(16)양을 성폭행했다. 또래보다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B양의 시계를 가져간 뒤 ‘네 시계를 돌려주겠다’며 화장실로 불러내 범행을 저질렀다. A군은 이 사건을 저지르기 약 2주 전에도 B양을 화장실로 데려가 성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A군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추행한 사실이 없다. B양이 먼저 (나를) 유혹해 스킨십을 하다 자연스럽게 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성폭행 피해자의 법정대리인과 합의한 점이 감형 사유로 꼽힌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피해자가 10대인 경우에는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정대리인과 가해자가 합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용서하는 식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피해회복을 위한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의 회복’에 초점이 맞춰지는 대신 ‘가해자의 감형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형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 측이 ‘합의를 종용’하는 문제가 종종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형사범죄 사건에 있어서 합의를 감형 사유로 삼는 법원의 양형 기준을 비판해 왔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현행 형사사법처리과정은 합의를 둘러싼 상황과 맥락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합의 여부만 기계적으로 고려해 범죄 처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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