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방송화면 캡처

2018 러시아월드컵 관중석에서 제국주의 일본의 전범기 현수막을 연상케 하는 걸개가 등장했다. 색상이 다르지만 모양은 전범기와 일치한다. 개최국 러시아 역시 1905년 러일전쟁에서 패전했고, 승전했던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많은 피를 흘렸던 일제 침략전쟁의 피해국이다.

일제 전범기가 등장한 곳은 프랑스와 벨기에의 월드컵 4강전이 열린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관중석이었다. 프랑스는 이 경기에서 후반 6분 사무엘 움티티의 헤딩 결승골로 1대 0 승리를 거뒀다. 중계방송으로 이 경기를 관전했을 한국 등 아시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장면은 결승골의 순간만은 아니었다.

관중석에 일제 전범기 모양의 현수막이 있었다. 전반전이 끝날 때쯤 카메라에 잡혔고,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전반전이 종료된 오전 4시를 전후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는 ‘전범기’ ‘욱일기’로 요동쳤다.

전범기는 제국주의의 광풍이 몰아쳤던 20세기 초반 일본의 침략전쟁을 상징하는 깃발이다.이 깃발은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처럼 전범국의 낙인을 찍은 자국민 물론,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침략 피해를 입은 주변국과 미국 영국 호주 등 연합국에 대한 조롱과 냉소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장내에서 정치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나치식 거수경례도 징계 사유가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관중석에 등장한 일제 전범기 모양 걸개의 색상은 녹색과 흰색이 혼합됐다. 일제 전범기의 경우 빨간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무늬로 그려져 있다. 색상은 다르지만 일제 전범기와 모양은 일치한다. 반입 의도나 경로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일제 전범기가 가진 의미를 인지하지 못한 유럽 관중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추정된다.

지난달 25일 일본-세네갈 전에서 등장한 일제 전범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번 대회에서 일제 전범기는 이미 몇 차례 등장했다. 일본과 세네갈이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격돌했던 지난달 25일 카테린부르크 아레나의 일본 관중 한 무리가 전범기를 흔들며 응원했다. FIFA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마저 일제 전범기를 지구촌 축구축제의 풍경 중 하나로 오인하고 홍보용 사진으로 노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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