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대표직을 물러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방미길에 올랐다. 홍 전 대표는 출국을 앞둔 9일 지방선거 패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작해 ‘평화 프레임’을 만들고 내가 대결하는 구도였는데 이길 방법이 없었다. 최선은 다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날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당일까지 광역단체장 6곳은 가져올 수 있다고 장담했다. 선거 눈앞에서 진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정치적 책임은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며 “내가 부족했고 그래서 물러났다. 그것이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지난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 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계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내가 한국 정치판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판단이 설 때 하는 것이지, 선거에 졌다고 정계 은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답했다. 이어 “세상이 나를 오해한다고 변명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시간이 지나면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돌아온다면 당원이니까 당으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늘 막말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선 “‘연탄가스’ ‘바퀴벌레’ 등 적절한 비유법을 막말이라고 한다. 내가 이야기하면 당 안팎에서 모든 것을 막말이라고 매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당한 프레임이었지만 무던하게 참았다”고 털어놨다.

지방선거 이후 당내 계파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해선 “더 아픔을 겪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치열하게 노선 투쟁을 해야 한다. 아직 총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서 “적당히 봉합해서 ‘도로 친박당’이 되면 새로운 정통 보수를 주창하는 선명 야당이 나타나고, 한국당은 80년대 민한당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결국 화합해서 한마음으로 좌파 정권에 대항해야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현재 당 내부에 쇄신을 위해 필요한 새롭고 역량 있는 ‘인재풀’이 바닥난 점을 언급하며 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23년간 지켜보니 밑바닥에서 사람 키울 생각을 안 한다. 늘 밖에서 만들어진 사람을 ‘모셔 와서’ 써먹고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에서 온 고관대작 출신들은 정치를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한다. 어차피 총선을 통해서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우리 정부가 북·중·러 사회주의 동맹에 편입되고 있다. 이 정권은 북핵 제거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 문제로 전 세계를 여덟 번 속였고 이번이 아홉 번째다. 미국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제거에만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지 않냐’는 지적에는 “위장된 평화 프레임의 실체가 드러나면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곧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 미군 철수 움직임도 일어날 것이다. 한·미 동맹은 가치 동맹에서 이익 동맹으로 변질될 것”이라며 “이 정부는 친북·좌파 이념에 너무 경도돼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도 “국민이 이런 상황까지 동의한다면 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전형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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