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갈수록 확산되는 몰래카메라의 위협에 여성들은 공포와 불안감을 느낀다. 수만명의 여성들은 길거리로 나와서 분노를 표출하고 디지털 성범죄 근절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9월14일 시행될 예정이고, 피해자 보호 기관도 설립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또 정부는 웹하드에서 불법촬영 영상물·사진의 유통을 차단하고, 위반 사업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촬영된 지 10년이 지난 몰래카메라 영상이 다시 온라인에 유포된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에도 최초 촬영자를 처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현재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는 최대 7년밖에 되지 않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장 14조’에 의하면 비동의 하의 촬영 또는 유포범죄는 최대 공소시효 7년, 동의하에 촬영 후 비동의 유포 범죄는 최대 공소시효 5년, 비동의 촬영인 동시에 영리목적 유포 범죄는 최대 공소시효 7년에 해당한다. 즉 10년이 지난 뒤 온라인상에 다시 등장한 몰래카메라 영상의 최초 촬영자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 ‘12년 전 여대생 몰카’ 재등장…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 못해

실제로 12년 전 ‘몰카 발바리’로 불리며 각종 대학 화장실을 몰래 촬영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몰래카메라 영상이 재등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3월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교내 화장실에서 촬영된 몰래카메라 영상이 음란사이트에 유포됐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학교 측에 알렸다.

해당 영상은 12년 전인 2006년 초 촬영됐다. 범인은 특정 단과대학 건물 이름과 촬영일자, 강의실 수업시간표가 적힌 장면도 영상에 담았다. 또한 피해자들의 대화 장면이 영상에 담겨있어 더 큰 문제가 됐다. 하지만 당시 최초 유포자는 잡히지 않았고, 단순 유포자들만 검찰로 송치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재수사에 착수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영상 삭제와 차단을 요청하고 동영상 유포자를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유포자를 잡아내더라도 최초 촬영자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영상을 유포한 사람의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최초 영상을 찍은 사람의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있는 만큼 처벌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DSO)디지털 성범죄 아웃' 홈페이지 캡처


◆ “불법촬영 범죄의 공소시효를 늘려주세요” 靑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불법 촬영 범죄의 공소시효를 늘려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디지털 성폭력은 2000년도 이전부터 있었지만,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은 근래에 들어서 조명되고 있다”며 “디지털 성폭력 영상은 새로 촬영되어 만들어지는 것보다 과거에 이미 촬영되어 유포되고 있는 것이 더 많다. 그러나 이러한 실정과는 다르게 디지털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최대 7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청원자는 또 “디지털성폭력 영상을 자주 업로드하는 ‘네임드’ 가해자의 경우 촬영 후 5년 정도의 간격을 두어 촬영물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가곤 한다”며 “이 때문에 뒤늦게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 해도 공소시효에 가로막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길었던 법의 공백, 잡을 수 없던 가해자. 인터넷에 계속 퍼지고 있는 영상은 과거의 가해가 아닌 ‘현재’의 가해다. 과거 속에 잊힌 가해자를 잡고 싶다”라며 “불법 촬영 범죄의 공소시효를 늘려달라”고 덧붙였다.


지하철역에 설치된 광고. (사진=신혜지 인턴기자)


“몰카, 보는 순간 당신도 공범입니다”

최근 몰래카메라 범죄는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중교통, 숙박업소, 목욕탕, 길거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아 누구든지 몰래카메라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안경형, 시계형, 라이터형, 볼펜형 몰래카메라뿐만 아니라 초소형 카메라 및 무음 촬영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 등 단속도 쉽지 않다. 심지어 12년 만에 다시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처럼 공소시효 때문에 최초 유포자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불법촬영은 범죄입니다. 보는 순간 당신도 공범입니다’ 메시지와 더불어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온 국민이 동참해 달라는 호소를 담아 범정부 차원에서 관계 부처 등과 함께 인식개선 활동을 추진한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불법촬영·유포는 영상물이 삭제되지 않는 한 피해가 지속되면서 인간의 영혼마저 파괴할 수 있는 인격살해 행위”라면서 “단순한 재미나 호기심에 보는 것도 범죄행위에 일조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정착돼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뿌리 뽑힐 수 있도록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웹하드에서 불법촬영 영상물·사진의 유통을 차단하고, 위반 사업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 장관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를 방문해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유통 점검 현장을 직접 살피고, 두 부처가 불법촬영물 유통방지를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정 장관과 이 위원장은 경찰청, 방심위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유통이 많은 사업자에 대한 현장 조사 및 행정처분 강화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상습 유포자 및 방치·조장하는 사업자 경찰 수사의뢰 ▶음란성이 명백하지 않아 심의가 필요한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긴급 심의 요청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을 이용한 불법 광고행위 차단 등에 공동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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