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끝내 법정에서 눈물을 보였다.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나온 참모들이 수평적 분위기였다는 증언을 쏟아내자 안전 지사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의 증언으로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선 안 전 지사의 핵심 측근들이 증언대에 섰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경선캠프와 충남도청의 조직 분위기, 김지은씨와 안 전 지사의 관계, 김씨의 성격과 평판, 김씨의 행동과 발언, 안 전 지사의 행실 등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운행비서 정모씨의 증언에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정씨는 김씨를 성추행한 인물로 지목됐었다. 김씨는 정씨를 별도로 고소하지 않았지만 이 일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도지사의 비위를 호소할 곳이 있었겠느냐는 논리를 펼쳤었다.

이에 대해 정씨는 “김씨가 말하는 성추행은 김씨에게 먼저 가라고 하면서 손이 등에 살짝 닿은 것과 휴대전화로 김씨를 두 차례 툭툭 친 것”이라며 “추행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후 문자와 전화로 사과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로 툭툭 치는 행동은 평소 편한 지인들에게 하는 습관이었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정씨는 또 “안 전 지사는 농담도 건넸고 늦잠이라도 잔 날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건넸다”며 “부모님의 칠순 잔치 때는 용돈도 챙겨줬다”고 증언했다.

강남의 모 호텔 성폭행 혐의에 대해 정씨는 “김씨가 먼저 서울에서 자고 가야겠다며 숙소를 예약했다”고 증언했다. “그날 마지막 일정이 호프집에서 있었는데 김씨로부터 ‘오늘은 서울에서 자고 갈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그 뒤 김씨가 직접 호텔 약도까지 보냈다”고 부연했다.

정씨의 증언이 종료된 이후 휴정하자 안 전 지사는 벽 쪽으로 돌아앉아 눈물을 훔쳤다. 정씨가 다가와 인사하자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김씨 이전에 안 전 지사를 수행했던 전 비서실장 신씨는 24시간 업무에 지배를 받았고 안 전 지사의 심기조차 거스를 수 없는 위치였다는 김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씨는 휴대전화를 방수팩에 넣고 샤워했냐는 질문에 “참여정부 시절 비서들이 그랬다는 말은 들어봤다”며 “나나 안 전 지사 누구도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씨 후임으로 수행비서 업무를 했던 어씨도 “밤 11시 이후에는 착신으로 설정된 전화가 오더라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전화를 받지 않아야 상대방이 전화를 안 할 것 아니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종일관 표정이 굳어있던 안 전 지사도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웃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씨는 또 “김씨는 나나 운행비서가 안 전 지사를 대하는 것보다 더 격의 없이 대했다”며 “김씨가 전임 수행비서와는 달리 회식 자리에서 안 전 지사에게 ‘술을 더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수행비서 업무에 애착을 보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씨는 “수행비서직 인수인계를 할 때 김씨가 너무 울어 인수인계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며 “해외 출장이 걱정된다고 말하자 김씨가 ‘가기 싫으면 내가 가도 되고’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음 공판은 오는 13일에 열린다. 이날도 공개재판으로 진행되며 부인 민주원씨가 출석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민씨는 김씨에 대해 ‘원래부터 이상했다’ ‘김씨가 새벽 4시에 방에 들어오려고 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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