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청와대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특별히 모신 귀빈들이었다는데요.

이날 모인 10명은 모두 ‘기부자’였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했다고 했죠. “대단하다”는 칭찬을 하자 이들은 입을 모아 “그저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뿐”이라고 답했답니다. 그 모습이 더 대단해보였죠.

그 중 백발 할머니가 눈에 띄었습니다. 올해로 79세인 김은숙 할머니는 팥죽을 팔아 10년 동안 무려 2억4000만원을 기부한 ‘팥죽 할머니’ 입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기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매달 이뤄졌습니다. 심지어 올해 초에는 10억원 상당의 아파트 1채를 떡하니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했습니다. 할머니는 한 매체 인터뷰에서 “10년 전부터 언젠가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아파트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식들에게도 입버릇처럼 이런 다짐을 전하곤 했기 때문에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답니다.

할머니는 “장사를 해서 이익금이 남으면 당연히 사회에 환원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이런 일로 청와대에 초청까지 받아 부끄럽다면서 말입니다.

단지 ‘여유가 있어서’ 기부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가 ‘나눔’으로 행복을 찾게 된 것은 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딸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수시로 ‘신경약’을 먹으며 생활해야했죠. 일부는 ‘정신장애’라고 손가락질했지만, 대다수는 할머니 모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습니다.

할머니의 기부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세상에 아픈 사람은 나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또 그런 사람을 도와야한다는 현실을 마음으로 느꼈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저절로 그렇게(기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딸에 대한 미안함과 사회에 대한 고마움이 할머니를 ‘기부왕’으로 만든 셈입니다.


할머니는 부끄럽다면서도 소신있게, 소녀 같으면서도 기품있게 말했습니다.

“기부하면 내가 기뻐요. 중독 비슷하게 자꾸 하고 싶은 거 있죠. 맛으로 따지자면.. 하여간 맛있습니다. 보람도 느끼고요. (기부를 하면) 주는 것보다도 받는 기쁨이 더 크구나 이런 걸 느끼게 됩니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향수를 내 몸에 직접 뿌리지 않아도 그 향이 배기 때문이랍니다. 아마도 할머니에게서는 평생 향긋한 향이 날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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