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필사 중인 의수화가 석창우. 석창우 화백 제공

성경 필사 중인 의수화가 석창우. 석창우 화백 제공

성경 필사 중인 의수화가 석창우. 석창우 화백 제공

성경필사본 마가복음. 석창우 작



29세 때 2만2000V의 고압전기에 감전돼 두 팔을 잃은 시련을 딛고 ‘수묵크로키’란 독창적 영역을 개척한 석창우 화백이 하루 4~5시간씩 무려 3년 6개월 동안 써내려간 성경필사가 2018년 7월 9일 완료됐다.

2015년 1월 30일 구약성경 창세기를 시작으로 2017년 8월 30일 구약 필사를 완료했고, 그로부터 1년여 만에 신약성경까지 모두 쓴 것이다.

석화백이 써내려간 성경필사는 길이 25m, 폭 46cm 화선지 총 115개 분량으로 총 길이가 2875m에 달한다.

석 화백의 성경필사는 의수에 의지해 쇠갈고리에 붓을 끼고 한 획 한 획 집중과 정성을 다한 눈물과 땀의 결정체이다.

이 과정에서 필사에 사용된 붓만 7자루 소모됐다.

성경은 66권 1189장 31103절 184만자로 하나님의 말씀을 성령의 감동으로 기자들이 받아 기록한 책이다. 3년 반에 걸쳐 두루마리 화선지에 필사 또한 성령의 감동으로 된 것이다.

양팔이 없어 의수에 의지하던 수묵크로키 화가가 왜 성경필사에 매진했을까?

이순(耳順, 60세)이 지나고 전기감전 사고가 있기 전 양팔을 갖고 살던 30년의 삶과 사고 후 30년의 삶을 반추하던 석화백은 팔 없이 살았던 30년이 훨씬 소중하고 행복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 석화백의 고백이다.

석 화백은 “감전사고와 침상에 누워있는 자신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칭얼거리던 어린 아들의 모습, 쇠갈고리에 펜을 끼어 한 획 한 획 그렸던 참새와 독수리, 수묵화에 입문하고 수묵크로키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던 힘겨웠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이 역시 하나님의 섭리고, 계획해 놓으신 삶의 여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신을 돕는 손길에 대해서도 고백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느님의 섭리와 계획하심도 지난 30여 년 동안 손이 되어준 아줌마(?)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으리라는 생각에 머물자 하느님과 아줌마를 위해 남은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하나님을 위해서는 성경필사를, 아줌마를 위해서는 호칭부터 바꿔 부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보답하기로 결심했단다. 그 순간 아줌마는 사모님이 되었다.”

석창우 화백은 지난 3년 6개월 동안 성경필사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기적을 체험하기도 했다. 첫 번째 기적은 눈이 맑아지고 좋아졌다는 것이다.

필사 전에는 글씨를 보려면 돋보기 안경을 써야할 만큼 시력이 나빴는데, 필사를 할수록 눈이 맑아져서 이제는 안경 없이도 작은 글씨까지 다 볼 수 있게 되었단다.

두 번째의 기적은 환상통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환상통은 절단된 손이 마치 있는 것처럼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파오는 통증인데, 심할 때는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성경필사 후부터 환상통의 고통에서 서서히 벗어나 이제는 심하게 통증이 있던 손가락, 손목 등은 아프지 않고 절단 부위가 아픈 정상적인 통증이 됐다고 말한다.

세 번째 기적은 필사하는 동안 온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고 후 수없이 많은 수술을 거치는 동안 혈액순환계에 문제가 생겼는지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몸에서 땀이 나지 않았는데, 새벽에 일어나 4~5시간 성경필사를 하고나면 등과 가슴이 땀으로 범벅이 됐다”고 고백했다.

석화백에게 성경필사는 기초체력을 보강해주는 맞춤형 운동이기도 했다.

석 화백은 “성경필사가 가져다 준 기적은 기쁘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간증했다.

실제로 그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폐막식 퍼포먼스와 TV광고, 수없이 많은 매스미디어의 인터뷰 요청과 출연 제의, 전시, 공연 등을 전개할 수 있었다.

석창우 화백은 “이 모든 것보다 소중한 것은 성경을 한자 한자 써 내려가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의미를 깨닫는 순간순간이 기적이고 행복이었다”고 강조했다.

성경필사를 하는 동안 석 화백에게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자신이 쓴 성경을 외벽은 구약성경을 양각으로 빗고, 내벽은 신약성경을 음각으로 빗어 낸 도자기로 성경의 집을 봉헌하는 꿈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 역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들었던 믿음이고 희망이라며 석 화백은 환하게 웃었다.

석 화백은 자신의 붓글씨를 디지털폰트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하였는데, 7월 중순경이면 폰트 서체로 석창우체를 만나볼 수 있다.

그는 2014년 소치 동계장애인 올림픽 폐막식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알리는 수묵크로키 시연을 펼쳤으며. 그의 작품은 중학교 교과서 5종, 고교 3종 등 8종의 교과서에 게재되고 일본 NHK 뉴스와 SBS 스타킹, KBS 아침마당, 강연 100℃, 열린음악회, MBC 성탄특선 다큐멘터리 등 100회 이상 방송에도 출연했다.

석창우의 수묵크로키 시연을 본 평론가들은 그가 찰나에 대상의 혼을 훔치는 신비로운 재주를 지녔다고 말한다.

특히 스포츠 동작을 순식간에 잡아내는 그의 붓 터치는 현장을 생중계하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는 경기장면을 화폭에 담아 경륜 선수들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과 피겨선수의 아름다운 회전동작의 파노라마를 화폭에 살려내는 신들린듯한 ‘일필휘지’의 세계를 보여준다.

두 팔을 잃음으로 얻게 된 그의 예술세계를 보고 있노라면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손이 아니라 정신적 영감임을 알 수 있다.

그의 그림은 순간이다. 순간이기에 장식을 할 시간이 없다. 그저 순간이기에 진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흔적이다.

그 흔적에는 세월과 아픔을 이겨 낸 그의 고뇌가 긍정의 힘으로 서려 있다.

이 성경필사를 위해 붓과 먹물은 명신당 필방에서 후원했다.

<석창우 요약 프로필>

- 명지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 개인전 41회 : 미국3회, 독일2회, 중국4회, 프랑스2회, 영국1회 등 해외 전 12회 포함
- 그룹전 260여회 : 제8회 취리히 아트페어 등 37회의 해외 초대전 포함
- 퍼포먼스 190여회 : 2014소치동계장애인올림픽 폐막식 등 해외 퍼포먼스 47회 포함
- 국내외 방송 출연 100여회 :일본 NHK 뉴스와 KBS1 열린음악회, 강연100도C, 아침마당, 한국한국인, SBS스타킹, MBC성탄측선다큐 인연2, MBN황금알 200회 특집 2011. 01 浙江电视台 中韩对抗 第一场 天下达人秀 韩国无臂画家 등
- 교과서 작품 수록 : 중학교 미술 교과서 3곳과 도덕 교과서 1곳 및 중학교 체육지도서 1곳, 고등학교 스포츠문화, 고등학교미술이론 1곳, 고등학교미술교과서 1종 등 교과서 8종에 게제
-SK브로드밴드 CF출연과 2018평창패럴림팍폐막식 성화소화 전 퍼포먼스
-대한민국서예대전초대작가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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