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지은(33)씨의 지인이 평소 김씨가 안 전 지사를 가리켜 ‘하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지인 성모(35)씨는 13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5차 공판에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성씨는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당시 안 전 지사 캠프에서 ‘청년팀’ 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김씨 등 캠프 내 이른바 ‘청년그룹’과 가깝게 소통하던 사이였다. 그는 김씨와 통화는 물론 휴대폰 메신저로도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는 이날 “김씨가 JTBC 인터뷰에서 ‘지사는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김씨는 하늘이라는 표현을 ‘절대 권력’이 아닌 ‘기댈 수 있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써왔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 다음 날인 3월 6일 인터뷰를 보게 됐다”며 “안 전 지사의 호위무사라고 했던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성씨는 또 “수행비서는 ‘예스(Yes)라고만 할 수 있고 노(No)라고 답할 수 없다’고 언급한 부분도 이상했다”면서 “김씨는 ‘예스’라는 의미를 ‘수행비서는 지사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써왔다. 저렇게(절대권력의 의미) 써서 이상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김씨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됐다”고도 했다.

안 전 지사 변호인단은 성씨와 김씨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김씨는 지난해 9~11월 성씨에게 ‘이용당하다 버려질 것 같다. 지사님 위해 일하는 게 행복해서 하는 건데 지사님 말고는 아무것도 날 위로하지 못한다’ ‘새 업무를 맡게 됐다. 지사님을 더 알아갈 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서운하다. 거리감이 멀어지니까’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잔바람이 날 찌른다. 마음에 안 들지만 큰 하늘이 날 지탱해준다’ ‘지사님 하나 보고 달리는데 멀어지니까 서운하다’ 등의 내용도 있었다.

다만 성씨는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팬심과 존경심을 보인 것”이라고 답했다. 김씨가 성씨에게 ‘내 사장(안희정)은 내가 지킨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수행업무를 잘하겠다는 다짐의 의미로 풀이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스위스·러시아 출장 기간에 성씨와 나눈 대화를 공개하며 김씨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점을 강조했다. 성폭행이 있었다면 김씨가 성씨에게 내색했을 거라는 취지다.

성씨는 “(김씨가) 원래 감정기복이 심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평소 수행 업무에 관한 스트레스를 자주 토로했기 때문에 (출장 당시 보인 반응은) 그 정도 맥락 외에는 특별히 이상할 게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증인신문에 앞서 김씨 변호인단은 “안 전 지사 측 변호인단과 언론에 의한 2차 피해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평판이나 업무 태도 등 이번 사건과 맞지 않는 증언이 나오면서 김씨에 대한 악의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속기록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하는 건 후속 조치”라며 “재판부가 더 엄중히 소송 지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씨는 지난 6일 장시간 이어진 피해자 신문 이후 불안과 불면증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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