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이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비서 김지은(33)씨 성폭행 사건 재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가상의 이미지 메이킹’이 도를 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성인권단체들이 모인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페이스북을 통해 ‘역대 최악의 성폭력 피고 측 증인신문과 언론보도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피고인 측 증인 7명은 모두 김씨를 ‘거짓말하는 사람’ ‘안희정을 좋아한 사람’으로 몰아갔다”며 “거짓말하는 사람이면 왜 중책을 맡겼나. 안희정을 좋아한 것 같았다는 짜고친 듯한 추측 멘트는 ‘합의한 관계’라는 주장의 근거냐”고 따져물었다.

대책위는 그러면서 김씨가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안 전 지사 측 증인들이 지난 11일 4차 공판 당시 “김씨가 직접 호텔을 예약했다”고 증언한 부분도 반박했다. 대책위는 “호텔 예약은 비서의 업무”라며 “범행이 있던 날 앰배서더 호텔은 지사가 갑자기 지시한 서울 숙박이라 비서실장도 함께 숙박이 가능한 곳을 찾았고, 운전비서도 그곳까지 운전했고, 비서는 평소대로 예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장소 앰배서더 호텔 예약은 상사의 업무지시에 의해 수행한 평소 업무”라고 주장했다.

13일 5차 공판 때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54)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애인 대하듯 해 불안하고 불쾌했다”고 한 부분도 문제삼았다. 대책위는 “민주원은 상화원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홍삼을 보내고, 민주원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온 피해자에게 선물로 받았던 마카롱을 주기도 했으며 피해자와 스스럼없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썼다. 이어 “피해자는 상화원 일이 있은 지 한참 후인 2017년 12월 20일까지 수행비서 업무를 했는데 민주원이 평소에도 피해자를 의심했다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느냐”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또 민씨가 이른바 ‘상화원 사건’에 대해 “김씨가 새벽 4시에 부부 침실에 들어와 침실 발치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한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대책위는 “인수인계 당시 (김씨는) 특정 여성인사와의 모임 때는 주의를 요한다는 인계를 받았다. 상화원 행사 당시 공식 일정이 끝난 후 그 해당 여성인사가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수행 전화로 안 전 지사와의 만남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 “김씨는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대비해 안 전 지사가 머물던 숙소 앞 연결통로에 대기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주 짧게 방에 들어왔다고 기억하는 장면이 백번 양보해 사실이라 친다면 왜 부부를 방까지 직접 모셔드린 비서가 새벽에 온 것인지 물어보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대책위는 안 전 지사 측 증인들과 민씨의 증언 내용을 반박하며 “피해자가 귀여운 척 홍조를 띠고, 남자에게 인기가 많고, 남자 이야기를 했다는 가상의 김지은 만들기 프로젝트는 마치 안희정을 최고의 정치인으로 만들기 프로젝트를 해왔던 모든 역량을 발휘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어 “증언을 미리 예고하고,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역고소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위기에 놓인 정치인이 어떤 수사를 제시하는가의 사례에 등장할만하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정치·사회·경제적으로 권세있는 자의 위력을 판단하는 재판에서 ‘피해자 이미지 메이킹’ ‘피해자 죽이기’ 연출이 시작됐고, 연관검색어와 언론 (기사로) 도배됐다”면서 “피해자 비방과 비방기사, 검색어를 중단하라. 남자 비서들조차 거절할 수 없다고 진술한 안희정의 위력 행사를 인정하라. 위력에 의한 추행, 간음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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