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10.9% 인상된 금액이다. 지난해 인상률(16.4%)보다는 인상 폭이 줄었지만 자영업자들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저임금으로 직원을 고용하는 대표적인 업종인 편의점의 가맹점주협회는 12일 “나를 잡아가라”며 최저임금이 무리하게 결정될 경우 동시휴업도 불사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적게 벌어간다며 이대로는 영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항변이었다.

실제 편의점주들의 부담은 얼마나 클까. 최저임금 인상 분을 상쇄할만한 보완책이나 대책은 없을까? 편의점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혹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문재인정부 지지자인 편의점 주인 A씨 이야기

서울의 한 편의점 주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하철 환승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은 현 정부의 열렬한 지지자다.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A씨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그 자신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부터 자신이 받아가는 몫이 줄었다고 했다. 그래도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직원을 줄이지는 않았다. A씨는 평일 낮에만 근무했다. 야간과 주말에는 모두 5명의 직원이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국민일보 자료사진


시간을 쪼개 여러명의 직원을 둔 이유는 야근과 주말 수당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이거나 1인당 1주일 근무시간이 15시간 이하면 시간외근무 수당이나 주휴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A씨는 직원을 채용할 때 이런 사항을 다 설명하고 고용계약을 맺는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지급해온 인건비가 지난해에는 한달에 270만원 안팎이었다. 올해부터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350만원 수준으로 늘었다. 30% 가까이 는 셈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16% 올랐는데 인건비가 늘어난 것은 부대비용이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가맹점주협회는 전국 편의점주의 한달 수입이 지난해는 평균 약 200만원이었으나 올해는 13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80만원 정도 비용이 늘어났으니 A씨의 상황과 비슷한 셈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A씨는 “장사만 잘 되면 견딜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5명이던 직원 3명으로 줄인 진짜 이유

A씨는 그러나 이번달부터 직원을 3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주말에도 자신이 직접 나와서 일한다. 최저임금보다 더 큰 충격, 매출 급감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갑자기 매출이 뚝 떨어졌어요. 저희 가게 주변에 편의점이 1개 더 생긴데다 인근의 직업학교가 방학에 들어갔고, 이 동네 원룸에도 빈방이 늘어났습니다. 악재가 겹친거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직업학교의 아는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학교도 앞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 것 같다고 염려하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A씨는 골목길에 위치한 가게를 좀 더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인근 점포로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마침 빈 점포가 있었다. 편의점 본사에 문의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5년간 영업계약을 하는데, 아직 기간이 남이 남아 있었다. 만약 A씨가 점포를 옮기려면 현재 있는 곳의 인테리어 비용(잔존가치)과 철수비용을 A씨가 감당해야 했다. 새 점포로 이전하려면 2000만원이 필요했다. A씨 형편으로는 부담스러웠다.

결국 점포 이전 대신에 직원 숫자를 줄이고 A씨가 휴일 없이 근무하기로 했다. 몸으로 때우기로 한 셈이다. 사실 편의점주들은 이런 본사와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고 했다.

“점포를 옮기면 매출이 늘어날 게 분명하기 때문에 본사로서도 분명 이익일텐데 계약조건을 곧이 곧대로 고집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편의점과 점주는 일반적으로 판매수익을 3대7로 나눠 가진다. 점주는 그 70%의 몫에서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와 직원 인건비, 각종 세금과 전기요금 임대료까지 감당해야 한다.

A씨는 야간에 손님이 드문 지역의 경우 편의점을 굳이 24시간 운영할 필요 없이 밤에는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휴일 없는 하루 24시간 영업이라는 계약조건 때문에 손해인 줄 뻔히 알면서도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점주 입장에서는 버겁다는 것이다.

“가맹계약으로 발목잡고 무조건 지키라고 강요만 하지 말고 상황 봐서 밤에 문도 좀 닫게 해 주고 명절때 휴무도 좀 하게 해주고, 영업 상황이 바뀌면 철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그나마 정부가 나서서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직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그보다는 정부가 받아가는 세금에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다고 A씨는 토로했다.

“저희 가게의 경우 담배 판매가 매출의 30~40%를 차지해요. 담배는 마진이 아주 낮은데 소득세는 매출을 기준으로 내야하니까 부담스럽죠. 쓰레기봉투도 20만원어치 팔면 마진이 300원 수준입니다.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 차원에서 판매하는 셈인데 이것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세금까지 부과되는 걸 감안하면 팔수록 손해인 셈이죠. 그래서 쓰레기봉투를 안 파는 편의점도 많아요.”



◇최저임금 결정은 누가 하나?

A씨는 이렇게 자신에게서 받아가는 세금이 일하지 않고 싸우기만 하는 국회의원들의 막대한 세비로 쓰인다는 생각을 하면 열불이 터진다고 한다. 가장 큰 불만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 자신과 같은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7명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중 정부가 선임하는 공익위원 9명은 대학교수나 박사, 노동단체 출신이다. 사용자위원 9명은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김영수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정용주 경기도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경숙 충북여성경제인협회 이사,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하상우 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이다. 제조업이나 경제단체 위주다.

근로자위원으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인사 외에 비정규노동센터와 청년유니온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A씨는 “경총이나 민주노총 사람들이 저희처럼 직접 최저임금으로 직원을 고용하는 자영업자 사정을 얼마나 알겠냐”며 “차라리 자영업자 대표와 20대나 퇴직한 구직자들이 만나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훨씬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을 직접 고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조업 경영자나 경제단체 간부들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더 호의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인상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희 직원들이 그래요. 최저임금을 이렇게까지 올리지 않고 차라리 더 일하고 싶다고요. 저희도 당연히 사람을 자르고 싶지 않지요. 현실적으로 적정선 내에서 임금을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내놓은 각종 지원책은 도입해 봤는지 물었다. A씨는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실태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 190만원 이하를 받는 경우 4대보험료를 지원 받을 수 있지만 고용주의 직계가족은 받을 수 없다. 편의점이나 식당 같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가족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혜택에서 제외된다. 좀 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A씨는 가맹점주협회의 기자회견에도 비판적이었다. 대기업인 본사를 향해서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편의점은 사실 CU나 GS25 세븐일레븐 같은 본사끼리는 독과점 상태에요. 가맹점주들끼리는 오히려 서로 경쟁하는 형국이죠. 가맹점주들끼리는 동지인 듯 하면서도 경쟁자이거든요. 피아가 불분명합니다.”

설사 동맹휴업을 결의한다고 해도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그는 판단했다.

“제 주변에 저 협회에 가입한 사람은 거의 없어요. 저도 저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어요. 제가 CU편의점을 운영하고 있고 CU에도 점주협의회가 있지만 거기에도 가입은 안했어요. 굳이 제가 거기서 도움을 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이건 A씨의 개인의견이다. 동맹휴업을 한다면 동참하겠다는 편의점주들도 분명히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자영업자의 고통, 줄어드는 일자리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시장이 커지면 된다. 편의점 매출이 늘어난다면 직원 임금을 더 주더라도 A씨는 더 많은 돈을 가져갈 수 있다. A씨의 경우에도 최저임금만이 문제가 아니라 매출 감소와 각종 부담이 함께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에도 기대기 어려워 결국 직원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비난과 편가르기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편의점주들의 기자회견 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이들을 비난하는 의견이 빗발쳤다.

“편의점 제발 폐업해줘”“이기주의의 표본이다”“인건비 상승은 핑계일 뿐”

이렇게 편의점주들이 마치 청년들을 착취하는 악덕 고용주인 것처럼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 편의점주도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처지다. 편의점주들은 임금을 지급하는 고용주이지만 대기업인 본사나 건물주에게는 을이다. 때로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아가면서 사실은 프랜차이즈 본사를 위해 일하는 처지일지도 모른다. 이들을 악마화하고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을과 을의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과 실효성 있는 경제청사진을 함께 마련해 시행하는 일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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