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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플라스틱을 먹고 산다… ‘플라스틱 프리’ 외치는 지구촌


북극해와 노르웨이해 사이에 위치한 스발바르 제도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지구촌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아기 북극곰이 뜯어 먹고 있는 검은 색 물체는 다름 아닌 플라스틱이다. 유럽 대륙과도 수백마일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도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넘실대는 모양이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이들 옆에 누워있는 어미곰의 모습은 처량하기까지하다.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은 유기오염물질은 그대로 북극곰의 체내에 축적될 것이다. 곧 호르몬 교란을 일으킬테고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전 세계를 막론하고 가장 위중한 문제로 꼽힌다. 현재 지구촌은 플라스틱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는 매년 800억(약 96조원)~1200억 달러(약 144조원)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2050년이 되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진다는 경고도 담았다. 바다에 가득 찬 플라스틱은 직접적으로 바다 생물의 생존에 위협을 끼치겠고 곧 인류 건강과 식량 안보로 직결될 수 있다.


◇ 외국 마트서 ‘큰 문제’된 플라스틱 포장

영국 한 대형마트 매대에 ‘깐 양파’가 올라오자 소비자가 거세게 항의했다. 일간 메트로와 인디펜던트가 1월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소비자는 깐 양파를 포장한 플라스틱을 지적하며 ‘거대한 흉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플라스틱 포장이 환경을 위협할 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대체 얼마나 게으르기에 양파 까는 것도 꺼려하는 것이냐”며 “이런 소비지상주의는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다.

영국 대형마트 리들의 ‘깐 양파’ 판매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하려는 영국 정부 정책과 동떨어진 전략이다. 1월 11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25년 내 모든 플라스틱 폐기물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었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3월 5일(현지시간) 호주 현지언론에 따르면 대표 슈퍼마켓 울워스에서 플라스틱으로 포장돼 팔리는 바나나가 도마에 올랐다. 시민들은 플라스틱 포장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들은 “바나나는 그 자체가 이미 자연적으로 (껍질로) 포장된 상품”이라면서 “플라스틱 포장은 바나나의 신선도와 아무 상관도 없고 오히려 값만 올려 슈퍼마켓의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지구상에서 플라스틱 오염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은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일 파리의 대형 슈퍼마켓 ‘모노프리’ 계산대에서 작은 소동이 빚어졌다. 고객 10여명이 물건 계산을 마친 후 갑자기 가위를 꺼내 플라스틱 포장용기를 갈기갈기 잘라 바닥에 내팽겨친 것이다. 이들은 ‘제로 플라스틱’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유통업체에서 플라스틱 포장을 하지 않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다.

게티이미지뱅크

◇ “포장 다 벗겨라”… 새로운 쇼핑 방식 된 ‘프리 사이클’

포장용기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완전 분해되도록 한 마트가 늘고 있다. 재활용 개념 자체가 완전 사라진 ‘프리 사이클’이다.

2014년 문을 연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슈퍼마켓 ‘오리지날 운페어팍트’는 색다른 쇼핑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고객들은 각자 집에서 용기를 가지고와 샴푸, 소스 등이 담긴 유리병에서 원하는 만큼만 받아간다. 밀가루, 커피 같은 식품도 커다란 통에서 퍼 담아 가면 된다. 파스타면과 버터 등도 마찬가지다. 마트 직원들은 무게를 재 값을 책정한다. 판매되는 제품은 대부분 유기농·친환경이다. 영국, 뉴욕, 홍콩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포장 없는 마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포장을 꼭 해야 하는 경우라면 친환경 원료로 만들고 있다. 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문을 연 슈퍼마켓 ‘에코플라자’에서는 비닐인 듯 보이지만 비닐 아닌 포장지를 사용한다.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젖산 등으로 만든 친환경 포장지로 12주 후 자연분해 된다.

◇ 아디다스부터 스타벅스까지… ‘플라스틱 프리’ 선언한 기업들

세계적인 기업들 역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추세다.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제2위의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독일 아디다스사는 향후 6년 내로 신발과 의류 용품에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만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를 원료로 생산되는 화학섬유 일종인 폴리에스테르는 내구성이 높고 신축성이 좋아 의류·산업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매립 후 썩어 없어지기까지 500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뿐 아니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는 스포츠 및 의류 업계는 점차 늘 전망이다. 현재 파타고니아, H&M 등이 일부 제품에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고 있다. 스텔라 매카트니 역시 2020년까지 일반 나일론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도 내년까지 영국과 아일랜드 매장에서 제공하는 모든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꾸기로 했다. 던킨도너츠도 2020년까지 음료 컵을 재활용 가능한 종이컵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음료회사 펩시는 소나무 껍질과 옥수수 껍질 등으로 만든 100% 미생물 분해가 가능한 용기를 선보였다. 코카콜라는 1월 2030년까지 제품에 사용되는 병과 캔을 전부 수집해 재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비앙도 2025년까지 100%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 세계 각국도 플라스틱 전쟁 중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지금 전세계 각 국은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한창”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칠레 플라스틱산업협회는 “정부의 비닐봉지 사용금지 조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정부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봤다.

미국 시애틀은 이달 1일부터 술집과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식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대략 5000개 음식점에서 빨대와 일회용 식기 제공을 제공하지 않거나 종이로 만든 대체품을 사용하게 됐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도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기로 하면서 호응했다.

5월에는 유럽연합(EU)이 해양 쓰레기를 줄일 방안으로 2021년까지 플라스틱 면봉이나 빨대, 풍선 막대, 식기 등 플라스틱제품에 대한 금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회원국 정부의 동의를 받으면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병의 90%도 수거해야 한다.

◇ 한국은 지금…

한국 역시 범 세계적인 ‘플라스틱 없애기’ 운동에 발 맞추고 있다. ‘플라스틱 프리’가 곧 경쟁력인 시대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말까지 플라스틱 빨대사용량(연간 26t)을 30% 감축(무게기준)하고,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종이 빨대와 빨대가 필요 없는 컵 뚜껑 등을 개발하고 있다. 뚜레쥬르도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 유색이던 1회용 컵의 디자인을 변경할 계획이다. 또 비닐쇼핑백 ‘전면 퇴출’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사용량을 줄일 방침이다.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음료업계의 경우 재활용률을 높이기로 했다. 동아오츠카는 2013년부터 포카리스웨트 페트병과 라벨이 쉽게 분리되는 ‘환경친화적 분리라벨’을 적용해왔고, 적용제품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도 마찬가지다.

편의점도 동참했다. 세븐일레븐은 유통업계 최초로 일회용 얼음컵을 재활용이 가능한 투명한 무지 형태로 바꾼다. PB 생수 옹달샘물 뚜껑도 기존 녹색에서 무색으로 변경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GS25는 12일부터 전국 점포에 종이 쇼핑백을 도입했다.

패션업계는 재활용 단계를 넘어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을 합친 단어)에 힘을 쏟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의류 재고를 활용해 가방을 만들고 있다. 4월 출시한 토트백은 기존보다 물량을 10배 늘렸는데도 완판됐다.

서울시는 1회용 우산 비닐커버를 없앴다. 대신 우산빗물제거기나 빗물흡수용카펫트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대책은 없나… 친환경 분야는 ‘혁신 신시장’

쓰긴 쓰되 환경을 덜 해치는 새로운 소비방식이 필요하다.

미국 스타트업 ‘롤리웨어’는 식물성 소재 빨대와 컵을 내놨다. 감귤, 체리, 녹차, 바닐라 등에서 추출한 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먹을 수도 있다. 다만 상온 이상의 뜨거운 물을 담을 수는 없다. 포장을 풀지 않으면 1년 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자연분해 기간은 2개월이다.

영국 왕립예술학교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은 ‘우호’라는 물병을 만들었다. 물과 함께 통째로 삼킬 수 있고, 버려도 4~6주 후면 자연분해된다. 상온에서 며칠이 지나니 안에 담긴 물이 아니라 포장이 상했다는 후기도 있다.

인도 스타트업 ‘베이키스’는 곡식 가루를 혼합한 반죽을 잘라 구워 일회용 식기를 만들었다. 식기에 20분 동안 물기가 닿아도 물러지지 않기 때문에 어느 음식에도 사용 가능하다. 수분과 지방이 없어 3년 동안 상온에서 보관 가능하며 먹지 않고 버리면 10일 안에 자연 분해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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