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미국 뉴욕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돈스코이함

알렉스 스톰은 1961년 캐나다 동남부 케이프브리튼섬 앞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던 중 우연히 침몰한 선박을 발견했다. 이 선박은 1715년 프랑스 왕으로 즉위했던 루이 15세의 은화와 함께 잠겨 있었다. 스톰은 이 은화를 건져 올렸고, 그의 횡재담이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보물선’은 이렇게 자연의 상태인 바다에 사연을 불어넣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지구상 5대양에 수백만척의 선박이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돈스코이함은 러일전쟁에서 울릉도 앞바다에 잠긴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순양함이다.

1. 돈스코이함은 무엇인가

돈스코이함은 1880년대 러시아 해군에서 건조된 1급 장갑순양함이다. 명칭은 현재 러시아의 수도가 된 모스크바의 대공국 시절 대공으로 재위(1359년)한 드미트리 돈스코이에서 유래됐다. 1905년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으로 러일전쟁에 참전, 일본 해군의 공격을 받고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승무원은 이 배를 스스로 가라앉힌 뒤 울릉도에 상륙해 포로가 됐다.

굴뚝 2개보다 높은 돛대 3개로 웅장한 풍모를 지녔다. 함교는 선체 중앙에 있다. 배수량 5880t, 시속 16.5노트(30.6㎞)로 알려졌다. 203㎜ 대포와 152㎜ 속사포, 기관총으로 무장했다. 금화·금괴 5000상자 등 150조원 규모의 보물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침몰한 군함이지만 오랜 세월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보물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2. 법정관리 건설사 2000년 ‘보물선’ 소동

우리 증시는 2000년 겨울 난데없는 ‘보물선’ 소문으로 요동쳤다. 법정관리 중이던 D건설사에서 그해 12월 5일 울릉도 앞바다에 잠긴 돈스코이함을 찾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D사는 1999년 10월 정부로부터 매장물 발굴 신청을 승인받아 한국해양연구소에 의뢰, 돈스코이함을 탐사하고 있었다. 이 소문은 D사의 주가를 순식간에 끌어올렸다. 15% 포인트 목전까지 치솟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D사 주식거래는 이틀 뒤 일시 중단됐다. 투기세력의 ‘작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금화·금괴의 실체도 불명확했다. 해양수산부는 같은 달 18일 “선박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파악된 한반도 근해 난파선은 3000여척. 해수부는 그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D사 주가는 해를 넘긴 다음달부터 추락했다.

신일그룹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돈스코이함 사진

3. “우리가 울릉도 앞바다 수심 434m 지점서 찾았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보물선 소동’은 18년 뒤인 지난 17일 다시 불거졌다. 신일그룹이 “울릉도 저동 해상 1.3㎞, 수심 434m 지점에서 함미에 ‘돈스코이(DONSKOII)’라고 적힌 선박을 찾았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로 인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는 ‘신일그룹’과 ‘돈스코이호’로 요동쳤다. 돈스코이함은 순양함이지만 대중에게는 ‘돈스코이호’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일그룹은 탐사단을 구성하고 캐나다 유인잠수정 2대를 투입해 이 선박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고해상도 영상카메라를 이용해 선체와 포신을 돈스코이함 설계도와 비교했고 “100%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돈스코이호는 해저 경사면에 40도가량 기울어 걸쳤고, 함미 방향 3분의 1 부분이 포격을 당해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그룹은 오는 25~26일 중으로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4. ‘보물선’ 발굴을 위한 절차와 납부금

해수부는 “신일그룹이 발굴 승인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 제3조는 “바다 매장물의 발굴에 관한 사무를 해수부 장관,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지방해양수산청장이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물선’ 발굴 승인 권한이 해수부 장관, 또는 위임을 받은 지방청장에게 있다는 얘기다.

‘보물선’ 발굴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같은 규정 제5조에 의해 ▲매장위치를 표시하는 도면 ▲작업계획서 ▲사업자금조달계획서 ▲소요경비명세서 재정보증인 2인이 보증한 재정보증서 또는 소요경비액 이상의 정액보상의 특약조항이 있는 이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해야 한다. 제6조에 명시된 발굴보증금은 매장물 추정가액의 10분의 1 이상이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돈스코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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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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