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는 무관한 사진. 사진=뉴시스DB

“제 아버지를 제발 죽여주세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안락사가 조속히 시행돼 우리 가족 같은 고통을 다른 누군가가 겪지 않길 바란다”는 취지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아버지는 지난해 7월 췌장암 3기 판정 이후 5월까지 항암치료를 받으셨다”며 “이미 췌장암은 말기로 진행돼 지난달엔 근처 장기로 암 전이, 현재는 혈관을 통해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있다”고 적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또 “현재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시고 말도 못하신다. 통증이 너무 심해 수면제와 진통제에 의지해서 주무시고 계신다. 하루 24시간 중에 눈 뜬 시간은 1분 남짓이고 그저 잠결에 고통스러운 신음만 뱉으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주일 전에는, 간신히 손 정도 움직이실 수 있는 아버지가 새벽에 휴대폰으로 검색하시는 내용을 봤다. 국내서도 안락사가 가능한지 찾아보고 계셨고 ‘너무 힘들다. 그냥 이제 죽고 싶다’고 애원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무분별한 안락사 시행은 물론 절대 안될 일”이라면서도 “말기 암 환자, 온몸에 암세포 전이, 더 이상 회생할 수 없는 환자에 대해선 제한적으로 시행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 ‘죽을 권리’ 어느 정도 보장 받게 되었지만….

안락사는 올해 3월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과는 다른 개념이다. 안락사는 질환의 유무를 떠나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하는 것이고, 존엄사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존엄사, 이른바 ‘웰다잉법’을 합법으로 인정했다. ‘죽을 권리’를 어느 정도는 보장 받게 된 것이다. 다만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지속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다고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를 말한다. 따라서 청원인의 아버지는 존엄사 대상은 아닌 것이다.

존엄사 보다 폭넓은 개념인 안락사의 경우, 한국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은 “안락사는 편안하게 사망한다는 뜻이고 존엄사는 품위를 유지한 채 사망한다는 뜻”이라며 “안락사는 살해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혼동의 여지가 있어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락사 허용 국가는 어디?… “극히 제한적”

안락사는 생명 존중 등을 이유로 현재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스위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정도다. 미국에선 워싱턴주와 오레건주만 허용하고 있다. 이 밖에 40개 주에서는 소극적 안락사, 존엄사만을 합법화했다. 일본은 2006년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에 대해서만 소극적 안락사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현재 호주의 경우 안락사법 현실화가 한발 앞으로 성큼 다가온 상태다. 호주 최초로 빅토리아주가 의료진의 지원을 받는 안락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법안은 내년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18세 이상이고, 극심한 고통이 따르는 불치병을 앓아 생존 기간이 12개월 이하면 치사량의 약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 이 약을 스스로 투여 못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의원들과 의료인 사회 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있었으나 대니얼 앤드루스 주총리가 선친의 암 투병을 지켜보며 지지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안락사법 입법은 급물살을 탔다.

전형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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