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연예·스포츠 > 스포츠

“이게 씨름이다” 147㎝ ‘작은 거인’ 감동 실화

23㎝·27㎏ 차이 극복하고 준우승한 초등학생 이상윤군… ‘기술 씨름’의 진수

호서남초 6학년 이상윤군이 제10회 전국어린이씨름왕대회 통합전 4강에서 칠보초 4학년 한건군을 꺽고 함성을 내지르고 있다. KBS방송화면 캡처

신장·체중 차이를 극복하고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수확한 ‘씨름소년’이 있다. 호서남초 6학년생 이상윤(147㎝·43㎏)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군은 자신보다 20㎝ 이상 크고 30㎏는 더 무거운 또래 선수들을 꺽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소설에나 나올법한 감동 실화가 지난 22일 충남 예산군에서 열린 전국어린이씨름왕대회 통합전에 펼쳐졌다.

이군은 이 대회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통합전은 체급에 상관 없이 겨루기 때문에 선수들 대부분의 체격이 우람하다. 초등학생이지만 신장은 최대 173㎝. 체중은 110㎏에 달해 성인과 다르지 않다. 대회가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군은 백화초 이민재(161㎝·75㎏)군을 비롯해 자신보다 체격이 좋은 선수들을 연달아 제압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군은 칠보초 한건(170㎝·70㎏)군을 준결승 상대로 맞았다. 두 선수의 키 차이는 23㎝, 몸무게 차이는 27㎏이었다. 3전 2선승제로 치러지는 준결승전에 앞서 방송사 중계진은 “신장과 체중 차이가 심해 극복하기 어렵다”며 이상윤의 패배를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첫판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군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이군을 들배지기(상대의 몸을 들어 넘어뜨리는 기술)로 넘어뜨리고 첫판을 따냈다. 중계진은 “체중도 문제지만 신장의 차이가 크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군의 결승 진출은 당연하게 보였다.

이상윤군이 왼발을 모래판에 꽂고 한건군을 넘기고 있다. KBS방송화면 캡처

이어진 두 번째 판에서도 한군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이군을 들어올렸다. 앞선 첫판과 마찬가지로 한군이 이군을 바닥에 내다꽂으려던 순간. 이군은 왼발을 모래판에 꽂아 지탱하더니 그대로 한군을 돌려 넘겼다. 불의의 반격을 당한 한군의 등은 그대로 바닥에 닿았다. 중계진은 이같은 반전에 “이게 씨름이다. 이것이 씨름이다”라고 연호하며 “체격이 작은 선수도 큰 선수를 이길 수 있는 씨름의 묘미가 이 판에 전부 담겼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군은 마지막 세 번째 판에서 왼발을 모래판에 꽂으며 한군의 들배지기 시도를 역이용해 승리했다. 그렇게 결승으로 진출했다. 중계진은 “꾀와 재치를 모두 갖춘 모습”이라며 극찬했다. 이군이 주먹을 치켜올리며 기합을 내지르자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군은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한군과의 사투에서 모든 힘을 쏟아낸 이군은 이어진 결승전에서 같은학교 동급생 안종욱(173㎝·110㎏)군을 만나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했다.

결승전이 끝나자 안군은 머쓱하게 웃으며 씨름판에 쓰러져 있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군은 밝은 미소로 화답해 우승자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두 선수는 서로의 등을 두드리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 훈훈한 모습에 객석에서는 흐뭇한 미소가 흘러 나왔다.

이군이 유명세를 탄 것은 그 이후였다. 대회를 끝내고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들을 꺾고 결승까지 간 이군을 마치 ‘다윗과 골리앗’ 같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화자됐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군의 분투에 “오랜 만에 본 ‘기술 씨름’에 감동을 받았다” “허리 힘이 장난 아니다”라며 호평했다.

이군은 26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처음 한군을 마주했을 때 겁이 나기도 했다”며 “통합대회를 준비하면서 높은 체급의 선수들과 연습을 많이 했다. 샅바를 잡는 순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준결승에서 2승을 따냈을 때 어떻게 이겼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치켜들게 됐다”고 기억했다.

이군에게 “우승을 못한 게 아쉽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이군의 입에서 어른스러운 말이 나왔다. 그는 “친구와 결승을 치른 것 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다음에는 안종욱을 이기고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이군은 자신을 칭찬하는 인터넷상의 반응도 봤다고 한다. 그는 “응원해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조금 부담되기도 하지만 더 열심히 해 다음에는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빈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