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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놓인 아동학대 상담원 “아동학대 대응은 국가의 책임”

아동학대전문기관 페이스북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지난 16일부터 매일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학대 대응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구호를 들고 서 있다. 이들의 릴레이 1인 시위는 다음달 24일까지 40일간 이어질 예정이다. 잔인한 무더위에 이들이 거리로 나선 건 왜일까.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 연간 신고 건수는 3만 4000여 건인데, 전국 62개 기관 715명의 상담사들이 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아동보호체계의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상담원 1인당 평균 54건의 사례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12건의 사례를 담당하는 미국 아동복지연맹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차이다. 상담원들이 생각하는 1인당 연간 적정 사례는 평균 21건이다.


이들이 이렇게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것은 예산 탓이 크다. 기관은 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위탁해 운여되고 있으나 예산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에서 나온다. 기금에서 충당되다보니 연간 예산이 충분하지 못해 한 사람을 더 채용하면 다른 상담원들의 임금이 깎이는 구조다. 학대 아동을 보호하는데 정부가 책임지고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책정해야 체계적이고 제대로 된 보호가 가능해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동학대 상담원들은 관련예산을 복지부 일반회계로 전환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기관)을 2배 이상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담원들이 처한 업무 환경은 극도로 열악하다. 이들의 연봉은 1년 차 신입사원부터 20년 차 관장까지 직책이나 경력과 상관없이 모두 2703만원으로 동일하다. 한 사람을 더 채용하려면 그만큼 임금을 깎아야 하는 문제를 차치하고, 현재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상담원들은 365일 24시간 당직근무 체제로 일을 하고 있다. 새벽에 긴급한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서 직접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도 흔히 일어난다. 현장에 출동해서 겪는 어려움도 심각한 수준이다. 폭행, 폭언, 협박, 기물파손, 성추행 등 신변의 위협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신적 고통에 병까지 얻는 상담원들도 적잖다. 기관 상담원 근속연수가 평균 1년 남짓한 것은 낮은 임금 뿐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 탓도 크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를 신속하게 구해내는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16일 청원을 올린 이는 “몰려드는 학대신고의 어려움 속에서도 변화되는 가정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적었다.

청원 글에서 그는 “그러나 올해 줄여버린 정부예산과 상담원 한명이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사례 앞에서 순간순간 좌절하게 된다”며 “기본적인 상담원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끔씩은 자괴감이 들곤 한다”고 전했다.

올해 아동학대예방이나 사후관리에 254억(국가전체예산 428조의 0.006%)밖에 책정돼 있지 않다. 심지어 예산의 대부분은 재정확보가 불안정한 범죄피해자 보호기금과 복권기금 예산이다. 아동복지를 다루는 부처인 보건복지부 예산은 고작 10억에 불과하다.

박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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