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골반 뼈 부서졌는데… 음주 역주행 가해자 측 찾아와 실실 웃어”

출처: 보배드림


‘양평 음주운전 역주행 사건’은 2016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양평군의 한 국도에서 만취 상태로 역주행하던 20대 여성이 마주오던 60대 노부부 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아 공분을 샀던 사건이다. 당시 사고로 남편은 늑골 골절에 장 파열로 대수술을 받아 배변주머니를 차야 하는 신세가 됐고, 부인 역시 골반 쪽 관절이 모두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

반면 가해 여성은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80일 등 가벼운 처벌을 받으면서 음주운전을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기도 했다.


역주행 사고 당시 피해차량 모습. 출처: 보배드림


◇피해자 아들 “가해자 사과에 진정성 느껴본 적 없어”

최근 온라인에서 이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는 와중에 피해자 부부 아들 A씨가 28일 사고 당시의 심경 글을 올렸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글에서 “사고 후 경찰서 제출을 위해 아버지 배에 흉측하게 남아있는 수술 자국을 봤다”면서 “왼쪽 옆구리에는 배변 주머니를 차고 계신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A씨의 아버지는 사고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다가 뇌출혈이 겹쳐 지난해 2월 사망했다. 사망일이 A씨의 생일이었다고 한다.

A씨는 “시도 때도 없이 가스가 차고 거북한 소리가 나고 여러 번 주무시다가 장루 주머니가 터져 깨곤 하셨다. 하지만 자존심이 세서 한 번도 아프다, 힘들다 말하지 않으셨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좋은 일만 생각하자. 너무 악만 남기지 말자’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지나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지셨다”며 “그 몸으로는 치료과정을 견디지 못하신 것”이라고 썼다.

당시 의사들에게 역주행 교통사고와 A씨 아버지 사망과의 관계를 물었지만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고 한다. 보험회사 측도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교통사고가 아니어서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A씨는 썼다.

A씨는 재판 결과까지 나온 터라 더 이상 가해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면서도 가해자 측의 진정성 없는 태도 때문에 마음 속 응어리가 여전하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골반 뼈가 모두 부서져 수술을 하고 나온 다음날 아주머니 한 분이 찾아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처음엔 교회 친구분인가 했는데 너무도 뻔뻔하게 ‘가해자 엄마에요’라고 하더라”며 “혼자 오기 무서웠던지 친구랑 같이 왔는데 둘다 실실 웃고 있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어디 앞이라고 웃냐’고 하며 돌려보냈다”면서 “한 번도 가해자 쪽 사람들에게 사과의 진정성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A씨는 힘들었던 당시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던 가해자 측과의 통화가 무척 힘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가해자의 모친이 매번 전화로 ‘우리가 빚이 많다. 가진 재산이 전부 빚이다’라며 합의금을 많이 못 준다는 말만 늘어놨다”고 적었다.

출처: 보배드림


◇가해자 “떠도는 이야기 바로잡고 싶다”

A씨가 심경 글을 쓴 것은 이날 사고 가해자 B씨가 같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B씨는 “수심이 깊으실 피해자와 가족분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을 드린다”면서도 “떠도는 이야기 중 몇 가지를 바로 잡고 싶어 글을 쓴다”고 적었다.

B씨는 사고 이후 자신의 부모가 피해자 측에 “한 번 실수로 구속시켜야겠느냐”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 잘못을 용서해달라’는 말이 곡해돼 와전된 저희 부모님 말은 바로잡고 싶다”면서 “무슨 연유로 저희 가족이 함부로 피해자 분들을 대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용서를 빌었던 말들이 고압적인 태도인 것처럼, 범죄자를 옹호하는 파렴치한 부모 발언으로 변해버린 게 안타깝다”고 적었다.

B씨는 A씨 아버지의 사망 소식도 양측 보험회사가 교통사고와 사망 간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에 합의한 이후 보험회사를 통해 들었다고 썼다. 또 병원에 찾아가 A씨 어머니를 만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자 A씨 어머니가 손을 잡으면서 “절대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말과 함께 자신을 용서했다고도 했다. 반면 A씨는 “매번 가해자 엄마만 와서 ‘가해자도 성인인데 직접 와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 그제서야 온 것”이라면서 “어머니가 가해자 손을 잡으며 용서했다는 말은 못 들었다. 중요한 건 제가 용서를 못했다”고 반박했다.


역주행 사고 가해자가 올린 글. 출처: 보배드림

최근 온라인에선 가해자 B씨가 지방에서 고깃집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B씨는 “며칠 전부터 사업장과 홈페이지 및 SNS에서 저희 가족과 영업장에 대한 모욕적 언사로 실질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저희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으로 전혀 대응하지 않았지만 ‘(가해자 측이) 고소·고발 운운하며 강력히 조처하겠다고 했다’는 허위사실을 공연히 적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인터넷에 글을 쓰지 않는 것은 당당해서 그런 게 아니다”면서 “누구에게도 어떻게도 합리화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것을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고 썼다. B씨는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고, 잊을 수도 없는 추악한 행동이었다는 걸 지난 2년간 생각했다”며 “저를 위한 비난은 며칠이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쓰게 받겠지만 잘못에 책임을 묻는 건 잘못한 사람에게 해달라. 무고한 사람들이 2차, 3차 피해를 받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대체로 B씨 글에 싸늘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 “사과문이라고 썼지만 진정성이 전혀 없다” “누가 대필해준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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