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주역 중 한 명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562일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석방됐다. 그러나 석방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 등의 거친 욕설과 몸싸움으로 늦은 밤 귀갓길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김 전 실장도 굳은 표정으로 깊은 한숨만을 내쉬었다.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던 김 전 실장은 구속 기간 만료로 6일 0시5분쯤 출소했다. 양복 차림으로 서류봉투를 손에든 김 전 실장은 꼿꼿한 걸음걸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동부구치소 앞에는 김 전 실장의 출소 1시간 전부터 200여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석방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후 김 전 실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거칠게 항의했다. 욕설은 물론 몸싸움도 이어졌다. 카메라 취재진과 시위대가 뒤엉키면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단체들은 그의 앞길을 막아서고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김 전 실장은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가족들이 준비한 차량 쪽으로 이동했다. 간신히 차량에 오른 김 전 실장은 착찹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소란은 여기서 끝이 나지 않았다. 시위대가 차의 진로를 가로막으면서 한참을 출발하지 못했다.


일부 회원들은 김 전 실장이 탄 차량에 올라탔고 일부는 차량 앞 유리창 등을 내리치기도 했다. 덕분에 차량의 앞 유리가 깨지고 곳곳이 찌그러졌다. 결국 경찰들이 차량을 에워싸고 일일이 시위대를 떼어내 통행로를 확보한 뒤에야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김 전 실장이 게이트를 나와 현장을 떠나기 까지 무려 40분이나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왕실장’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세를 떨쳤다. ‘문화계 블랙리스’를 비롯해 ‘화이트 리스트’ 등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월21일 새벽 구속 수감됐다.

1심에서 지원배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그는 2심에서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추가로 인정돼 1심보다 높은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지만 5일 자정을 기해 구속 기한인 1년 6개월을 모두 채워 석방됐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의 세월호 보고조작 사건과 보수단체 불법 지원 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에 공소유지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냈지만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김 전 실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고령인 김 전 실장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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