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 곳곳은 6일 새벽 쏟아진 폭우로 한순간에 ‘물바다’가 됐습니다. 강릉에는 새벽과 오전 한때 시간당 93㎜의 물 폭탄이 터졌는데요. 강릉역과 경포해수욕장 어귀의 진안상가, 주택, 도로가 물에 잠겨 시민·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특히 길 위에서 사는 동물들에게 물난리는 ‘생지옥’과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그날 강릉시 옥천동 ‘물바다’ 속에서 두려움에 떨던 고양이를 구조한 A씨(21) 사연은 그래서 감동적입니다.

그날 정오쯤,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에 있던 A씨는 거센 빗소리 사이로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밖에 나가 본 A씨는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맞은편 원룸 방범창과 창문 틈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이미 비에 쫄딱 젖은 상태였지요.

A씨가 고양이를 구조하려고 방범창 안으로 손을 뻗자 고양이는 방범창을 타고 위쪽으로 도망갔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고양이는 얼마 못 가 A씨의 손 쪽으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태어난 지 3개월 정도로 보이는 작은 크기였다고 합니다. 우선 A씨는 비에 쫄딱 젖은 고양이를 수건으로 닦아주었지요. 이어 추위에 떠는 고양이를 곧장 집에 데려와 쉬게 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하네요. 또 스트레스가 심각했는지 쇼핑백에 들어가서 꼼짝도 안 했다고 합니다.

A씨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구조한 고양이를 키우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가 최근에 돌보던 길고양이들이 연이어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라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를 구조한 것도 어쩌면 운명일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키우려던 생각도 잠시, A씨는 고양이 주인을 찾아 빗속을 뛰어다녔다고 합니다. A씨는 ‘혹시 주인이 고양이를 잃어버려 마음고생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고양이를 잃은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A씨라 이집 저집 뛰어다니며 고양이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러나 계속 쏟아지는 비 때문에 당장 주인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A씨 동네는 물난리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을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고 하는데요. 몇 시간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A씨는 집에 돌아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폭우가 쏟아진 6일 강원도 강릉역 앞에서 시민과 코레일 직원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고양이를 잃은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A 씨기에 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고양이 주인을 찾아 동네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주인을 찾던 A씨는 멀리서 주변을 기웃대는 사람과 마주쳤습니다. ‘저 사람이 고양이 주인이다!’ A씨는 직감했습니다.

맞았습니다. 그가 어렵게 만난 고양이 주인 B씨는 여행을 마치고 7일 막 집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B씨는 여행 내내 강릉에 폭우가 내린 줄 몰랐다고 하는데요. A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B씨는 “하필 6일 새벽 천둥 번개가 쳤고 그 소리에 놀란 고양이가 밖으로 도망갔던 것 같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합니다. A씨는 “주인을 만나 다행이다”며 “하루빨리 ‘놀란 고양이 가슴’도 진정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평소에도 길고양이와 유기견을 돌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따뜻한 마음의 A씨. 그의 발 빠른 구조 덕분에 물난리에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네요. 빗속에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뛰어다녔던 그의 마음이 고양이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원은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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