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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읜 24세 여대생은 축하를 받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던 곳에 취업을 했는데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자랑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죠. 그는 “혼자만 기뻐하고 혼자만 축하하고 있다”며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최근 “지옥 같았던 신규생활을 이겨내고 독립했다”는 후기를 전했습니다.

사연은 2015년 8월의 마지막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날 “저 좀 축하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제목으로 네이트판에 글을 남겼습니다.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우리 딸 너무 수고했어, 고생 많았지? 축하한다’고 하면서 치킨도 시켜 먹고 했을 텐데”라며 “합격해서 너무 기쁜데, 떡이 기도를 막은 것처럼 가슴이 콱하고 막혀 답답하고 먹먹하네요”라고 적었습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그는 합격 사실을 알릴 사람이 없었습니다. 취업 준비 중인 친구들에게는 먼저 취직해서 미안하다는 이유로, 함께 살고 있는 고모에게는 아직 취업 못 한 고종사촌이 있다는 이유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아 인생의 가장 어려운 관문 중 하나를 통과한 그는 익명 게시판을 두드렸습니다. ‘축하해 달라’면서요.

네티즌들은 따뜻했습니다. 축하와 격려의 댓글이 이어졌는데요. 한 네티즌은 ‘사랑하는 엄마’라는 닉네임으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딸!! 축하해! 거봐~열심히 한 거 다 돌아오지? 취업했으니 맛있는 것도 사 먹고! 돈 벌어서 여행도 많이 다니고~옷도 예쁜 거 입고 해. 엄마가 출근하는데 아침밥 못 챙겨줘서 미안해~ 그래도 우리 딸 워낙 야무져서 안심이 된다. 딸~뒤에 항상 엄마아빠가 있으니까 기죽지 말고 다녀! 사랑해 딸.”

네이트판 캡처

네이트판 캡처

그리고 3년이 흐른 지난 5월 직장인이 된 그는 당시 감동을 떠올리며 근황을 전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어느덧 3년차가 됐고, 회사 앞에 자그마한 전셋집을 구해 독립도 했다”면서요. 당시 댓글 하나하나 모두 읽어보고 큰 힘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한분 한분 모두 부모님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저를 위해 같이 눈물 흘려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것들이 저를 버티게 했고 행복한 지금의 모습으로 이끌어 준 것 같다”며 “받은 은혜 잊지 않고 살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요즘 연락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잘 되면 좀 덜 외로우려나요“라고 수줍게 웃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도 어김없이 축하와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네티즌들은 3년 전 올라온 글을 찾아 댓글을 남기며 감동을 공유하기도 했는데요.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와 쓰니야 오랜만이야! 나도 그때 취준생이었는데 네 글 보고 넘넘 기뻤고 부러웠던게 기억나!! 그 글 보고 많이 울었고 위로도 많이 받았고 사람들의 위로를 보면서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걸 느꼈어! 나도 참 힘들었던 취준을 지나서 올해 취업을 했고, 회사에 적응하려 노력 중이야. 우리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 네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항상 응원할게 우리 꽃길만 걷자♥♥”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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