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양승태 체제의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헌법재판소까지 쥐락펴락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9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2015년 10월 양형위원회와 함께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방안(대외비)’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사법정책실은 상고법원 도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부서다.

문건은 “헌재가 입법 심사 등에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니 극단적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며 헌재의 존립 근거 위협과 역량 약화, 여론 악화 방안 등을 검토했다.

먼저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이 가진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헌법재판관은 판사나 검사, 변호사로 15년 이상 활동한 경력이 필요한데 이 자격 요건을 간신히 넘는 이들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해 급을 낮춰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이들은 이를 ‘노골적 비하전략’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문건에는 대법관 임명제청권이 있는 대법원장이 헌법재팔관 출신을 다시 대법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제안도 담겼다. 대법관 자리에 미련을 가진 헌법재판관들에게 향후 대법관으로 재임명 받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라고 제안한 것이다.

헌재에 대한 회유책과 함께 견제책도 거론됐다. 문건에는 일선 판사들로 하여금 헌재 파견 근무를 거부하게 하고 헌재에 제공하던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차단해 연구 역량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제안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는 대 헌재 여론전 방안도 제시했다. 먼저 전·현직 헌재 소장이 헌법연구관들에게 ‘개인적 업무를 시켰다’는 소문을 유포해 판사들 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퍼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의 판결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법원과 달리 헌재는 재심이 불가능해 한 번의 재판으로 모든 게 결정된다는 식의 여론을 퍼뜨리는 방안도 제기했다. 이들은 헌재 인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등지에 이같은 내용의 지하철 광고를 게재해 헌재의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건은 통합진보당 소송 등 하급심 재판에 개입해 헌재를 ‘역공’하는 것도 여론전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2014년 12월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통진당 의원들이 서울행정법원에 “국회의원 지위를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헌재 판결과 상이한 판결을 내려 헌재 결정을 ‘우회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헌재가 작성한 주도세력 명단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해 “헌재의 업무상 과오를 부끄럽게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

앞서 헌재는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내란 관련 회합’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일부 잘못 작성해 2015년 1월 29일 오류를 인정하고 해당 부분을 삭제·정정한 바 있다.

이재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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