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해 8월 금수 품목으로 지정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반입돼온 사실이 관세청 조사 결과 확인되면서 해당 수입업체가 유엔 및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관세청은 10일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업체 2곳과 화물운송주선업체 1곳에 대해 관세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내 사법 절차와 별개로 안보리가 수입을 전면 금지한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점, 그 과정에서 한국 업체의 위법 행위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대북 제재망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된다.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외교가에선 업체 3곳과 이들로부터 석탄을 납품받은 발전사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우려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비확산·무역소위원장인 테드 포 의원이 최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석탄 밀반입에 연루된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도 세컨더리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증폭됐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이나 단체를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리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망에서 사실상 퇴출시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은 제재 구멍으로 의심받는 중국, 러시아 기업을 선별적으로 제재 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유엔 또는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임상범 외교부 원자력·비확산 외교기획관은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려면) 안보리 대북제재위 15개국이 합의해야 하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산 석탄 반입 사건에 관한 한 아주 초기부터 한·미 간 공조 협의를 해왔다”며 “이번 건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현 외교부 2차관도 지난 9일 국회를 찾아 세컨더리 보이콧 여부에 대해 “어떠 어떠한 조건이 된다면 그런 것이지, 지금 미 정부가 우리한테 그런 제재를 한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업체의 위반 사례만으로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통제 여부, 제재 이행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안보리 결의 위반 업체를 국내법에 따라 처벌하고, 그 과정에서 미 정부와 긴밀히 공조한다면 이번 사건이 오히려 제재 이행 의지를 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번 관세청 조사로 안보리 결의 이행에 확실한 ‘구멍’이 확인된 만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관련 부처 간 긴밀한 정보 공유 체제 구축, 안보리 결의 이행을 강제할 관련 법 제정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북한산 석탄을 싣고 국내 입항한 것으로 확인된 선박 7척 가운데 안보리 결의 위반과 관련된 4척(스카이엔젤·리치글로리·샤이닝리치·진룽호)을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제재위는 사안의 경중을 따져 제재 리스트 등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2397호)는 금수품 이전에 연관돼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나포, 검색, 억류하도록 했다. 그에 앞서 8월엔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대북제재 결의(2371호)가 채택됐다. 정부는 그동안 우범 선박들이 수십차례 국내 입항했는데도 북한산 석탄이라는 확실한 물증이 없어 억류하지 않고 출항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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