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WOMAD) 운영자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편파 수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극우 성향의 여성혐오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도 수사하고 있다며 불끄기에 나섰지만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성단체들은 “워마드에 대한 불공정·편파수사를 중단하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워마드 운영자 “부당하게 박탈된 권리 되찾겠다”

9일 워마드 게시판에는 관리자 계정으로 ‘경찰이 씌운 근거 없는 혐의에 대해 반박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워마드 운영자가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 반박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운영자는 이 글에서 “증거도 없이 괴롭히는 경찰에 의해 여러 가능성과 자유가 침해당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며 “부당하게 박탈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 싸워나가겠다”고 적었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에 대해 “방통위나 인권단체, 사이버 장의업체 등에서 온 (게시물 삭제) 요청들이 명예훼손, 모욕, 음란물 등에 해당한다면 삭제해왔다”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게시물은 있을 수 있으나 고의적으로 방치한 위법적 게시물은 없다”고 주장했다.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진을 올려 구속된 안모씨의 증거인멸을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이 홍본좌의 메일을 확인했다면 운영자가 아무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확인했을 것”이라며 “삭제하겠다고 답변하지도 않았는데 기록 삭제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어떻게 씌울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홍본좌는 홍대의 ‘홍’과 특정분야에서 출중한 인물을 가리키는 온라인 용어 ‘본좌’를 합친 말로 안씨를 추켜세우기 위해 사용되는 말이다.

운영자는 “경찰은 법적으로 워마드를 폐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공권력을 휘두르며 근거도 없이 운영자에게 아무 혐의나 덮어씌우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주고 체포하겠다고 협박하면서 폐쇄를 시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여성단체 “경찰, 불공정·편파수사 중단하라”

여성단체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한국여성민우회 등 36개 여성단체들은 10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십수년간 불법촬영을 유포하고 방조해온 웹하드는 왜 처벌하지 않느냐”며 “경찰이 워마드 운영자에 대해서만 수사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각종 커뮤니티와 P2P 사이트뿐 아니라 일베와 디씨인사이트 등 남성 중심 커뮤니티, 웹하드 등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수한 불법촬영물이 끊임없이 재생·유포되고 있다”면서 “경찰과 검찰, 사법권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보고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경찰이야말로 이 끔찍한 현실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 진짜 방조자”라고 지적했다.



◇경찰 “일베 검거가 더 많아” 항변

편파수사 논란에 경찰은 곤혹스런 입장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9일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개소식에서 “경찰은 누구든 불법촬영물을 게시·유포·방조하는 사범에 대해 엄정 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베에 대해서도 최근 불법촬영물이 게시된 사안을 신속히 수사해 게시자는 검거했고,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고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올해 일베의 불법촬영물 관련 사건을 69건 접수해 53건을 검거한반면 워마드의 경우 32건을 접수했지만 검거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일베는 운영진이 아니라 게시자에 대해 수사하면서 워마드 운영진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면서까지 수사한다는 지적이 워마드뿐 아니라 여성계에서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10일 전국에서 불법음란물 관련 수사 담당자들을 불러모아 긴급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경찰은 “불법촬영물을 대량으로 유포하는 음란사이트와 웹하드 업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뿐 아니라 이들과 결탁해 온라인 정보 삭제를 대행해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