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지기’ 지인을 산 채로 묻어 살해한 비정한 모자가 항소심에서 형이 가중됐다.

이모(56·여)씨는 지난해 7월 성남 모란시장에서 10년 동안 알고 지낸 A(49·여)씨를 렌터카에 태운 뒤 커피를 권했다. 커피 안에는 수면제가 들어 있었다. 이씨는 잠든 A씨를 강원도 철원에 있는 남편 박모(62·사망)씨 소유의 텃밭으로 데려가 아들 박모(26)씨와 함께 생매장했다.

살인·사체유기 혐의에 대한 경찰·검찰의 수사 도중 뜻밖의 사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이씨는 2016년 5월 별거 중이던 남편과 이혼할 때 더 높은 위자료를 받기 위해 A씨를 철원에 있는 박씨의 집에 데려가 성관계를 갖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의 동거남 B(53)씨가 지난해 6월 이씨를 찾아와 “왜 그런 일을 시키느냐”며 따지자 이씨는 덜컥 겁이 났다. 그는 시장 지인 사이에 자신의 행동이 폭로될까 두려워 A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는 이씨가 평소에도 A씨를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 했던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이씨는 2016년 5월 아들 박씨 차를 구매하기 위해 A씨 명의를 빌리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또 같은 해 6월 A씨의 옛 동거남 집에서 A씨의 소지품을 훔쳐 붙잡힌 다음에는 “경찰에 가서 (네가) 시킨 일이라고 진술해달라”고 부탁했으나 다시 거절 당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A씨에게 앙심을 품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박씨는 범행 일주일 전부터 이씨와 범행을 모의했다. 남편 박씨 역시 범행에 가담했다. 그는 아내 이씨가 사건 당일 철원으로 찾아와 “A씨가 당신과 성관계한 일을 주변에 소문내고 있다. 지금 수면제를 먹여 데려왔으니 살해하자”고 말하자 이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자택이 압수수색 당하자 경찰을 따돌린 뒤 목을 매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은 10일 “1심 형이 너무 가볍다”며 이씨에게는 징역 30년, 아들 박씨에게는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창훈)는 지난 4월 19일 이씨에게 징역 22년, 아들 박씨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아무 잘못 없는 피해자가 단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구덩이에 산 채로 매장해 사망하게 만들었다”며 “이씨는 피해자와 10년 이상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면서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를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했고, 살인 이후에도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봤다고 허위 진술을 하는 등 수사 혼선을 초래했다”고 형 가중사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남편과의 성관계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A씨가 남편과 눈이 맞아 관계를 맺게 됐고, 이를 숨기기 위해 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혼소송에서 높은 위자료를 받으려고 피해자를 이용했고, 이후에도 아들의 중고차량 구입과 형사사건 허위진술을 요구했다가 거절된 다음 반감을 품고 살인한 것”이라며 ‘일반 동기 살인’보다 형이 더 무거운 ‘비난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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