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20d가 2일 오전 11시44분 강원도 원주 영동고속도로에서 불길에 휩싸여 있다.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BMW는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다. 한 세기를 넘겨 고집스럽게 축적해온 기술과 경험으로 명성과 신뢰를 얻었다. 최고급 승용차라는 인식도 생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로 올라섰다. BMW는 ‘운전자의 로망’이 됐다. 하지만 520d 모델이 연달아 불길에 휩싸인 현재, BMW는 ‘도로의 폭탄’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BMW 연쇄 화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1. BMW는 어떤 브랜드인가

칼 프리드리히 라프는 1913년 독일 뮌헨의 항공기 엔진 제조사 ‘라프 모토렌 베르케’를 설립해 독일 공군에 납품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경영 위기에 빠지면서 오스트리아 출신 엔지니어 프란츠 오세프 포프, 그의 동업자 막스 프리츠에게 인수돼 1917년 ‘바이에른 자동차 제조사’(Bayerishe Motoren Werke)로 사명을 변경했다. BMW는 이 사명의 약자다.

BMW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군수물자가 아닌 보급형 자동차 제조에 주력했다. 이때만 해도 고급 승용차가 아닌 BMW 700과 같은 보급형, 소형 차량을 생산했다. 전범기업의 이력으로 3년간 생산이 중단됐고, 전후 열악했던 독일 내수시장이 살아나지 않아 한때 도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고급 중·대형으로 생산 품목을 확대해 지금의 입지를 쌓았다.

소방대원들이 지난 4일 오후 2시15분 전남 목포 옥암동의 한 마트 인근 도로에서 연기를 내뿜는 BMW 520d를 진화하고 있다. 목포소방서 제공

2. 3년 전 자유로에서 발견된 ‘불씨’

BMW 520d의 결함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된 날은 2015년 11월 4일이다. 차주는 그 하루 전 오후 5시40분쯤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인근 자유로에서 주행 중 불길에 휩싸여 전소된 자신의 차량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BMW 정비소에서 타이밍벨트 관련 장치 문제로 리콜을 맡겨 차량을 찾은 직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수일 간격으로 전국 곳곳의 같은 모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그 전에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차주도 나타났다. 2016년 1월까지 10명 안팎의 BMW 520d 차주가 주행 중 화재 피해를 호소했다. 화재를 일부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오류, 또는 차주의 관리 소홀 정도로 여겼던 여론은 결함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BMW는 2016년 5월 자사 13개 차종 1751대를 리콜 조치했다. 2014년 6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생산된 차량에 한해서였다. 다만 연료호스 결함으로 시동이 꺼질 가능성만 리콜 사유로 지목됐다. 이때만 해도 화재와의 개연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BMW 화재 논란은 그렇게 잠잠해지는 듯 했다.

BMW 520d 차주가 BMW 코리아로부터 발급받은 예방적 안전 진단 확인서. 다수의 차주들이 이 확인서를 차량에 부착하고 있다. 독자 제공

3.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들불’

논란은 지난 5월 다시 불붙었다. 같은 달 15일 오후 3시20분쯤 경기도 광주 제2영동고속도로 서울행 곤지암 3터널 안에서 주행 중이던 이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면서였다. 차주는 보닛에 붙은 불에 놀라 차량을 갓길에 대고 대피했다. 차량은 전소됐고 터널은 통제돼 정체를 빚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사고는 올여름 내내 이어진 BMW 연쇄 화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등 전국 곳곳에서 평일과 휴일 가리지 않고 이 차종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청이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 1~6월 BMW 차량 화재 건수는 모두 58건으로 집계됐다.

BMW 차주는 이제 눈치를 보고 있다. 아파트나 마트에서 BMW 차량의 주차를 별도의 공간으로 유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차주는 BMW 정비소로부터 발급받은 ‘예방적 안전진단 확인서’를 차량에 부착하고 있다. ‘내 차는 안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도로나 주차장에서 BMW 차량 옆을 지나거나 정차하는 다른 차주들은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차주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인강의 성승환 변호사는 지난 13일 BMW코리아를 상대로 차주 1인당 2억원씩 배상하라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성 변호사는 “지난 9일까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차주가 2000명에 달한다”며 “BMW에서 결함을 인지하고도 묵인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과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 부문 수석부사장(이상 왼쪽부터)이 지난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차량 연쇄 화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4. 사고 원인… 왜 유독 한국만?

국토부는 2011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생산된 520d 모델 등 BMW의 42개 차종 10만6317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했다. 국토부는 엔진에 장착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고온의 배기가스가 냉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흡기다기관에 유입돼 구멍이 생기고, 그 위에 장착된 엔진 덮개 등의 부품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BMW의 설명도 비슷하다.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나와 EGR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였고, 바이패스 밸브가 열려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빠져나가 침전물에 불이 붙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설명하면 디젤차량의 경우 엔진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온도가 최고 830도에 달하고, 각종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걸러주고 식혀 배출하는 장치가 EGR인데, 침전물이 쌓이고 누수가 발생해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이 BMW의 설명이다.

그러나 EGR을 장착한 BMW 차량은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새로운 화재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산과 유럽산에 동일하게 장착했다는 EGR이 성능만 같을 뿐 다른 국가나 업체에서 생산됐을 가능성, BMW가 환경부의 디젤엔진 배출가스량 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결함을 자초했을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드웨어에 명령을 내리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BMW가 환경부의 배출가스량 기준 강화에 맞추기 위해 EGR의 가스 저감 능력을 무리하게 높였을 수 있다. 섭씨 900도 안팎의 배기가스가 쉴새없이 EGR로 들어간다. 불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BMW 리콜 대상 차량들이 14일 경기도 평택 물류센터 인근에 주차돼 있다. 평택=김지훈 기자

5. 디젤게이트 뒷수습 4년째 지지부진… BMW는?

BMW 연쇄 화재 논란은 3년 전 ‘디젤게이트’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디젤게이트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이 디젤엔진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판매한 정황을 2015년 미국에서 들켜 각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건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2015년 11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판매정지 명령이 내려졌고 과징금 141억원이 부과됐다. 리콜 대상 차량은 15개 차종 12만5515대다.

디젤게이트의 경우 고급 외제차 브랜드의 속임수에 넘어간 실망감, 허위였던 연비, 환경파괴 문제로 초점이 맞춰진 반면 BMW 연쇄 화재는 안전 문제와 직접으로 연결돼 비판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국토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특정 자동차 브랜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차주들이 소송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만 BMW 연쇄 화재 소송전이 수월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디젤게이트의 사례에서 국내 폭스바겐·아우디 차주들은 2015년 9월 딜러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지만 사건은 4년째 계류 중이다. 리콜은 올해로까지 넘어왔다.

미국에서도 디젤게이트 소송은 지지부진하다. 2015년 10월 하원 청문회에서 마이클 혼 당시 폭스바겐 미국 대표는 “말단 기술자 3명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배출가스량 조작이 회사 차원의 방침은 아니었다는 논리로 ‘징벌적 손해배상’에 맞서고 있다.

통상적인 차량 화재 발생률을 얼마나 뛰어넘는지, 이 수치에 상응하는 손해배상 규모를 어떻게 책정할지가 BMW 연쇄 화재 소송전의 관건으로 볼 수 있다. 소방청이 지난해까지 3년간 집계한 차량 화재 발생 건수는 1만5011건. 연평균 5004건, 일평균 13건이다. 올 상반기에는 2502건이 발생했다.

이는 차량의 결함 외에도 교통사고, 방화, 운전자의 부주의를 모두 포함한 숫자다. 소방청이 지난 1~6월 집계한 1만대당 화재 발생 건수에서 BMW는 1.5대로 가장 높았지만 한국GM(1.24대) 현대자동차(1.1대)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지 않았다. 하지만 차량 결함 문제로 범위를 한정하면 BMW의 화재 발생률은 일반적인 자동차 화재 발생률 수준을 훨씬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14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BMW 연쇄 화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6. 당장 시작될 후속 조치

국토부는 BMW 리콜 대상 중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각급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요청했다. 지자체장이 차주에게 운행중지를 통보하는 행정 절차는 오는 15일부터 시작된다. 효력은 차주가 이 명령서를 받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앞으로 수일 안에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차량이 도로상에서 사라진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리콜 대상인 BMW 차량 10만6317대 가운데 13일을 기준으로 2만7246대가 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BMW 리콜 대상 중 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에 대해 점검 및 운행정지 명령 발동을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요청한다”며 “리콜 대상 차주들에게 불편이 있어도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BMW 연쇄 화재를 계기로 모든 자동차업체의 결함 은폐, 늑장 리콜을 엄중하게 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실효적으로 강화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BMW에 “차주가 원할 경우 무상 대차하는 등 편의 제공을 이행해 달라”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도외시했거나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책임 있고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BMW 연쇄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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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박태환 이재빈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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