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행복이 전염된다는 말은 참 자주 듣죠. 행복한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함께 웃게 될 일이 많아지니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착한 일, 선행도 전염되는 것 같습니다. 행복 바이러스처럼 말입니다.

한 독자님이 최근 국민일보 ‘아살세’ 팀에게 보내온 사연은 그런 ‘선행 바이러스’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선행이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죠. 1년도 넘은 일을 다시 떠올려 저희에게 제보해 주신 것은 아마도 그때 받았던 그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서처럼 보였습니다.

A씨는 지난해 7월 충북 음성의 한 도로에서 3.5t 트럭에 종이상자의 재료인 골판지를 싣고 가다 짐을 쏟는 실수를 했습니다.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고, 시간이 촉박해 서둘렀던 탓이었습니다.

골판지가 바닥에 많이 쏟아졌습니다. 도로에 펼쳐진 골판지를 주워 모은 뒤 차에 올리고, 그걸 차위에 차곡차곡 쌓는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근처에 주유소 입구가 있어 빨리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골판지를 주워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불 원단을 실은 1t 화물차가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60세가 넘어 보이는 기사님 한 분이 내리셨습니다. 그 기사님은 별다른 얘기 없이 쏟아진 골판지를 정리하는 것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A씨도 ​도로에 계속 오가는 차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못 하고 골판지를 주웠습니다. A씨가 차에 올라간 뒤, 기사님이 밑에서 주는 골판지를 정리하는 ‘공동 작업’도 했습니다. 두 사람이 원래 알던 사이처럼 말입니다.

기사님이 1시간 정도 걸쳐 도와준 덕에, 바닥에 쏟아졌던 골판지는 모두 A씨의 차에 실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 A씨는 기사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때 기사님이 처음 A씨의 차량을 지나쳐서 유턴해 먼 길을 돌아와 도와준 사실을 듣게 됩니다.

정말 고마워서 음료수라도 사드리려고 기사님의 손을 이끌었는데, 기사님은 한사코 거절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 해 전 받았던 선행에 대해서 얘기해 주셨습니다.

기사님이 이불 원단을 싣고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더랍니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비닐 포장을 씌우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한쪽을 잡으면 한쪽이 날리고, ​다른 쪽을 잡으면 반대쪽이 날리고 해서 비를 쫄딱 맞으며 애를 쓰고 있었답니다.

그때 지나가던 아기를 업은 새댁이 비닐을 잡아줬고 끝까지 도와줘서 포장을 씌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기사님은 “지나가다가 나도 그 새댁이 생각나서 조금 도와준 것뿐”이라고 말한 뒤 사라지셨다고 합니다.

아살세팀에게 제보를 한 A씨는 “저도 다음에 그런 사고 장소를 보면 지나치지 말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전해 받은 그 선행 바이러스가 꼭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길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도 선행 릴레이에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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