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이슈는 없지만 제 몫은 한다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방송계에서 살아남아서 꾸준히 가고 싶다” 개그맨 허경환은 담담하게 미래의 자화상을 그렸다. ‘방송대상, 예능인 파워랭킹 1위’와 같은 예능인이면 꿈꿔볼 만한 미래보다는 그는 “녹화를 끝내고 ‘허경환씨 오늘 좋았어요’, 선배들이, ‘니가와서 편하다’” 라는 평가를 받는 방송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방송 13년차 접어든 이제야 주변이 보이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는 허경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짠내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짠내투어는 현실적인 예산으로 여행을 하는 프로이다 보니 방송을 떠나 재미를 느낀다.
방송국이 정한 곳으로 맛있는 것 먹고, 예쁜 곳 가고 짜여진대로 움직이는 방송은 시청자분들은 아신다. 짠내투어는 설계자를 따라서 가다 보니 어떨 때는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맛없는 것 먹으면 맛없다고 표현한다. 어떤 분들은 녹화만 그러고 나중에 맛있는 거 먹고 좋은곳에서 자는 것 아니냐 묻는 분들이 있다. 녹화기간 동안은 방송에 보이는 일정 그대로 진행된다. 조금은 완벽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황을 겪을 때마다 정말 제가 재밌고, 출연자들끼리 재밌다 보니 조화가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 같다. 일이든 방송이든 여행은 어렵지만 짠내투어는 정말 즐겁다.”

-방송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적은 언제인가.
“최근 예능계는 전쟁이다. 채널은 많아졌고, 아프리카 tv나 유튜브 같은 채널도 많아졌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근데 저는 방송만 하고 있다. 물론 사업을 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방송이 주업이다. 저는 특별한 재능은 없다. 꾸준히 저를 찾아주시고, 기사도 나가고하는 것들이 전엔 몰랐는데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전에는 나만 생각했다. 녹화가서도 내가 잘했나 못했나만 신경썼다.
그런데 요즘은 제작진이 보인다. 연예인들 아침 7시에 모인다 하면 제작진들은 더 이른 새벽 4시 정도에 스탠바이 한다. 녹화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진행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끝나고 회식하면서 제작진들이 “허경환씨 오늘 좋았어요”, 선배들이 “너와서 편하다” 이런 평가를 내려줄 때 참 기분 좋고 보람있다. 대단한 이슈는 없지만 제 몫은 한다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이런 방송계에서 살아남아서 꾸준히 가고 싶다.”

-이제 좀 더 주변을 볼 수 있게 됐는지?
“사실 진작에 그랬어야 되는데, 이전에는 너무 어렸고, 철이 없었다. 회식이나 모임에 잘 안나갔다. 참석하더라도 잠깐 있다 가고 그랬다. 그게 뭐 콧대가 높아서 거만해서가 아니라, 그런 모임에는 ‘더 잘나가는 사람 신경쓰겠지 나같은 거 없어도 괜찮겠지’란 생각으로 참석을 하지 않았다. 그때도 저랑 비슷한 정도의 인기인데도 굳이 그런 자리에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게 전 오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사람들한테 자기 어필을 하고 친해졌어야 하는데, 전 제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제 방송 13년 정도 하다보니까 주변이 보인다. 프리랜서 제작진인 경우엔 여러 프로그램을 맡는 경우가 있다. 많으면 일주일에 3번 같은 카메라 감독님들을 만난다. 이제야 그게 보인다. 이제 농담도 하고 안부인사도 하는데 예전에 새까맣게 어린애가 멀뚱하게 있었으니 경력 많은 카메라감독님한테 얼마나 우스웠겠나.”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독 리얼예능에 강하다. 특별한 비법이 있나.
“리얼 예능을 많이 했다. 짠내투어 말고도 인간의 조건, 진짜 사나이 등등 정말 다양하게 했다. 그런 리얼 예능들은 자기 모습이 나온다. 물론 정말 끝까지 방송용 모습을 유지하는 대단한 분들도 있지만(웃음). 저 나름 요령이 생겼다면 너무 부담 갖지 않고, 방송이란 생각 없이 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예전엔 안 힘든 척 했다면 지금은 힘들 땐 살짝 투정도 부린다. 가끔 리얼예능을 찍다보면 너무 지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 계속 나를 보고 있다. 카메라가 찍고 있다’ 이런 게 사실 보통일은 아니다. 이제 그럴 때는 제가 오히려 이끌어가려고 한다. 또 반대로 평소 방송이미지에선 못 보여줬던 매력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제작진들도 편집으로 찾아낼 수는 있지만 저 역시 찾아 대중들에게 노출시키려 한다.”

-사업가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8년간 닭가슴살 사업을 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운동하시는 분들도 제 닭가슴살 많이 드신다. 솔직히 연예인들 중에서 이만큼 직접 사업에 관여하는 경우가 아마 없을 거다. 사실 제가 불안해서 시작했다. 서울에 올라와서 별 준비없이 개그맨이 됐다. 다른 사람들은 대학로에서 갈고 닦고 준비된 사람들이었다. 본능적으로 ‘이렇게 하다간 안되겠다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다. 사실 닭가슴살 말고도 다른 사업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다. 꾸준히 여러개를 밀고나갈 능력은 안된다. 다행히 닭가슴살은 오래 계속 하다보니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제 유행어 같은 경우에 억지도 많이 있다. 허경환은 유행어만 남발한다 이런 이야기도 많았다. 그래도 계속 미니까 유행어 제조기란 기사가 나오더라(웃음). 제가 준비가 안돼 있고, 재능이 특별히 없는데 방송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 후배들도 유행어 달라고 하는데 유행어란게 반짝 하는 거다. 그걸 자신 있게 밀고 가기면 하면 된다.”

-짠내 투어, 김대리 등 이제 고정프로도 생겼다.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딱히 계획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저는 쉰 적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요새 뭐하세요? 라고 물으면 ‘전 공무원입니다’라고 말씀 드린다.
전 그냥 꾸준히 별 탈 없이 사고 없이, 허경환이 오면 안심하고 녹화하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물론 나만 주목받고 싶고, 욕심도 부린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냥 딴 거 안보고 꾸준히 방송하는 내가 대견한다. 그리고 오래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맡았으면 좋겠다. 사실 아까 전쟁이라고 말했지만 채널은 엄청 많은데 비해 소수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게다가 너무 빨리 변하니까 누군가 챙겨주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 저는 제가 MC하면서 가끔 재능 있는데 너무 빨리 사라지는 사람을 끌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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