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통일대교에는 한반도기가 걸렸다. 종전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역사를 축하하는 의미로 내걸린 이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표기돼 있다. 파주=윤성호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남북 선수단이 지난 2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하고 있다. 정치적 사안을 스포츠 행사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방침에 따라 이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그려지지 않았다. 평창=김지훈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남북 선수단은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시작되는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흰색 바탕에 푸른색으로 한반도가 그려진 이 깃발에는 독도가 따로 그려지지 않았다. 당초 남북은 독도의 큰 상징성을 고려, “독도 표기를 희망한다”는 요청을 공동 의견서 형태로 아시아올림픽위원회(OCA)에 전달했다. 하지만 OC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기준을 따라 달라며 끝내 독도 표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방남한 북한 응원단이 지난 2월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을 연습하는 모습. 선수들의 것과 똑같은 형태로, 독도는 이들이 든 한반도기에도 그려지지 않았다. 평창=윤성호 기자

스포츠의 영역에 정치적 사안을 끌어들이길 거부하는 IOC의 취지가 있다지만, 한국으로서는 이미 답이 명쾌한 독도의 영유권을 정치적 사안으로 취급하는 것부터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OCA가 독도 표기를 하지 말라는 것 역시 어쩌면 정치 개입이 아니냐”며 강력하게 독도 표기를 주장했었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의 정서로도 독도 표기 제한은 기분나쁜 일이었다. 북한은 연초 평창올림픽·패럴림픽 당시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지 못하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일”이라고 논평했다.

한반도기는 남북이 공동입장하고 일부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나타났다. 지난 17일 여자농구 단일팀 '코리아'의 경기가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 경기장을 찾은 원코리아 공동응원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응원단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이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표기됐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일본의 역사왜곡과 억지 영유권 주장이 계속되면서 한반도기의 독도 표기 문제는 점점 첨예한 외교적 사안으로 자라났다. 한반도기의 형태가 그간 북한과 국제 스포츠 종합대회에서 공동입장을 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다. 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의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없었고, 2006년 토리노올림픽과 2007년 창춘아시안게임의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있었다. 하지만 올 초 평창올림픽 때에는 독도가 다시 빠졌다. 깃발의 도안이나 짜임새 자체가 개선됐다기보다는, 복잡한 외교적 판단의 결과가 그 때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자기 깃발에 자기 섬을 그리거나 그리지 않는 문제가 단지 우리끼리의 논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은 먼 과거부터 확인된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여러 정부부처들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직후 당시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로 각자의 한반도기 독도 표기 문제 해석들을 교환했다. 문광부는 독도 표기는 물론 독도와 울릉도를 표기하는 방안, 서해안의 소흑산도와 남해안의 마라도 등 한반도 경계섬 모두를 한반도기에 그리는 방안 등 3가지 안을 제안했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한반도기에 대한 논의를 자제해야 한다는 새로운 의견을 폈다. “국민들이 태극기보다 한반도기를 상위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한반도기를 ‘남북 선수단기’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8일(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개회식에 참가한 남북 선수단이 든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그려져 있지 않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일본의 입장을 깊이 고려한 의견도 있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독도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우려가 있으므로 공론화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정원은 “북측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남북간 현안이 많아 한반도기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취지로도 설명했다. 대한체육회의 경우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할 경우 기(旗)의 크기에 따라 표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여타 도서들의 민원 제기 우려가 있어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실용적 견해를 제시했다.

아시안게임 구기종목 예선전 등이 열리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경기장에는 최근 한반도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원 코리아’ 공동응원단이 드는 이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표기돼 있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