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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돼지가 사람보다 많아져…환경오염 불 보듯 뻔해 비상

스페인 사육 돼지 수 5000만 돌파, 5년간 900만 마리 증가

소금에 절인 이베리코 흑돼지 다리가 지난 5월 31일 스페인 살라망카에 있는 이베리아햄 공장에 걸려있다. 이베리코 흑돼지 고기는 고급 식재료로 중국 등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다. 신화뉴시스


스페인에서 키우는 돼지수가 올해 처음으로 스페인 전체 인구수보다 많아졌다. 돼지고기 수출이 급증하면서 양돈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덕이지만, 동시에 축산 폐기물도 급격히 늘어 환경에는 적신호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인 내 사육 돼지 수가 5000만 마리를 넘어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스페인 환경부를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축산농가에서 사람 수(스페인 전체인구 4650만명)보다 많은 돼지를 사육하는 셈이다.

스페인에서 사육하는 돼지 수는 2013년부터 5년간 약 900만 마리 늘었다. 세계 15위권 안팎을 오가는 한국 돼지 사육두수가 1100만이고, 일본이 900만쯤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그 결과 스페인은 독일을 제치고 유럽연합(EU)내 최대 사육국가로 성장했다.

미국의 동물권 시민단체 머시포애니멀스(Mercy for Animals)가 지난달 30일 켄터키주의 한 대형축산농장에 잠입해, 이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를 촬영한 모습. 돼지들은 몸을 돌리기도 힘든 좁은 오염된 공간에 집단 사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육돼지 수가 급격히 늘어난 스페인에서도 분뇨 등의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AP뉴시스

그러나 사육 돼지가 급증하는 것이 환경에는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나온다. 돼지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온실가스의 주범인 탓이다. 축산업은 스페인에서 산업 교통 전력에 이어 4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 요인으로 떠올랐다.

물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돼지 1마리를 키우는데 하루에 물 15ℓ가 쓰인다. 양돈농가 전체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이 사라고사 세비야 알리칸데 세 지역의 물 사용량 합계보다 많을 정도다. 가뭄이 자주 발생하는 스페인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페인 내에서 공장식 축산이 더 확장될 경우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아예 새로운 돼지 농장 설립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도 축산농가에서 매년 8400만㎥ 이상의 배설물이 유출되고 슬러지(분뇨혼압액)도 곳곳에 쌓이고 있다. 지하수 오염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지방 정부는 농촌 지역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 한해에만 400만t의 돼지고기 관련 제품을 판매해 60억 유로(7조 6700억원)의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스페인 국민들이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이 약 21㎏에 이를 정도로 돼지고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등에 수출하면서 수요가 더 늘었다.


최근에는 공장식 축산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이베리코 흑돼지의 명성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베리아 반도 토종 품종인 이베리코 흑돼지는 스페인식 햄 요리 ‘하몽’ 등을 만드는 세계적인 명품 식재료로 꼽힌다. 그러나 특별한 목초지에서 풀과 도토리만 먹여 키우는 전통적인 이베리코 흑돼지와 달리 최근에는 사료만 먹여 키운 돼지에게도 이베리코 흑돼지 인증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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