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에 있는 나우루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12세 난민 소녀의 모습. 영국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세계 곳곳에서 난민 수용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어린 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난민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국가들을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중해에서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돼 선박 ‘디코티’를 타고 카타니아항에 입항한 난민 177명의 하선을 나흘 간 거부하다 미성년자 29명만 배에서 내리게 했다고 23일(현지시간) ANSA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들을 직접 만난 국경없는의사회(MSF) 소속 심리학자 나탈리 리바는 “1년 동안 어두운 난민구조선에 갇혀있던 소년의 경우 앞을 잘 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다”고 전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이 난민들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EU가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까지 단 한명의 난민도 하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경한 반(反)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유럽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지 않으면 그들을 출발 지점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며 “이탈리아는 더 이상 ‘난민 캠프’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며 비판했다. MSF 관계자는 “디코티 선박의 경우는 한 국가가 여러 사람을 감금한 매우 심각하고 불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탈리아 정부가 인도주의적 정신에 입각해 난민을 수용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에 있는 호주 정부 산하 난민수용소에서도 난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22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월드비전 오스트리아는 “240여명의 어린이들이 수년째 이 난민수용소에 살고 있다”며 “긴 수용소 생활로 정서적 문제가 생긴 어린이들도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실제로 4년 전부터 수용소에 있었던 이란 출신 12세 소년은 20일째 호주 등으로 입국 허가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수용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소년은 현재 체중이 36㎏에 불과하고 똑바로 서 있거나 앉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 한 17세 소녀는 ‘체념 증후군’ 등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 자살 시도를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30여개 국제인권단체들은 호주 정부에 이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호주 등 안전한 나라로 이주시킬 것을 요구했다. 클레어 로저스 월드비전오스트레일리아 대표는 “나우루 난민수용소 어린이들에게 희망이 없다”며 “하루 빨리 어린이들은 해롭고 은밀한 이 수용소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정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언론의 질문의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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