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보배드림이라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자동차와 관련된 얘기를 주로 공유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글이 올라옵니다. 최근 보배드림에 배달 치킨을 복지관이나 보육원이 기부했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 무슨 일인가 하고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누군가 시작한 장난스러운 치킨 나눔으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참 기분 좋은 유행입니다.

‘새벽바우’라는 네티즌은 23일 늦은 저녁 “저도 치킨나눔 도전해 보았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다른 회원이 지난 주말 보육원에 치킨을 나눔하는 것을 글을 접한 뒤 선행을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33년을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눔의 결심은 다른 회원의 선행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한국과 이란의 축구경기가 열린 23일에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이 치킨을 먹으며 축구 경기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습니다. 뜻을 함께한 아내도 함께했습니다. 치킨 20마리를 포장해 회사 인근인 충북 음성의 한 보육원에 기부하고 왔습니다.



기부하고 돌아오는 길, 부부는 자신의 아이들과 나눠 먹을 치킨 한 마리를 샀습니다. 그는 “그저 나눔 흉내 한번 내보려 보배드림을 통해 먹었던 마음 실행해 보았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 “부유하진 않아 매달 치킨나눔을 하진 못하지만 제 용돈을 아끼고 아껴 다음번에도 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보육원 관계자로부터 “치킨을 기부한다고 하셔서 아이들에게 미리 알렸는데, 지금 아이
들이 치킨을 행복한 마음을 안고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기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선행을 일깨워준 보배드림, 다음번 치킨나눔으로 또 오겠다”고 적었네요.

이 부부는 치킨나눔을 실천하게 만든 계기로 ‘명필’이라는 아이디의 보배드림 회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지난 20일 보배드림에 치킨 20마리를 경남 창원의 한 보육원에 기부한 사실을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의 기부도 우연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며칠 전 새벽 치킨을 시켜 먹을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 20장을 보배드림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회원들에게 깜짝 선물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보배드림 회원 한 명이 이 쿠폰을 다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어 비판을 받는 일이 생겼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 쿠폰을 다시 돌려받은 뒤 그는 회원들에게 다시 나누는 대신 기부를 택했습니다.



이후 보배드림에는 치킨 나눔 후기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습니다. 울산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KittyHJ’라는 아이디의 회원은 또 다른 회원인 ‘MKheo’이 “좋은 곳에 기부해 달라”면서 치킨 10마리를 내놓자, 여기에 5마리를 더 얹어서 인근 노인복지센터에 전달했습니다.

어르신들이 치킨을 드시는 모습을 촬영해 공개한 그는 “조금 더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좋은 기회를 더 만들어 보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보배드림 회원 KittyHJ가 올린 사진. 보배드림 캡처


‘판검사대신용사가됨’이라는 회원은 또 다른 회원 '탱규'에게 받은 치킨 쿠폰과 사비를 보태 치킨 두 마리를 시켜 아파트 경비실에 선물했습니다. 그는 치킨 2마리 아무것도 아닌 거 알고있다”면서도 “이걸 시작으로 보배 치킨 대란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주변에 한 마리씩만 나눠도 엄청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보배드림 회원 '판검사대신용사가됨'이 올린 사진. 보배드림 캡처


치킨 나눔을 보배드림 게시판에서 시작한 네티즌 ‘명필’이 선택한 치킨 브랜드가 20일 보배드림 회원들에게 치킨 100마리를 나누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명필은 “치킨 회사에서 홍보가 잘 되었으니 보답을 하고 싶다기에 회원 이벤트를 진행해 보라고 제안했다”면서 “보배 회원들의 관심과 격려가 멋진 이벤트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행복해 했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구절이 있습니다. 좋은 일은 주변에 떠들어 알리지 말고 은밀하게 하라는 얘기입니다. ‘보배드림 치킨 사건’ ‘보배드림 치킨 게이트’ ‘보배드림 치킨대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번 일을 보니 기부 문화가 퍼질 수만 있다면, 자신의 기부를 동네방네 자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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