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떠난 해외여행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려 기분이 상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 물건이 없으면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상심은 더 크겠지요. 윤구호(53)씨는 유럽을 일주하던 도중 오토바이를 잃어버렸습니다. 1년이 넘게 자신의 발이 되어준 ‘애마’를 누군가 훔쳐 갔습니다. 그는 여행기를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올렸는데, 마지막 게시물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내 여정이 맨체스터에서 끝났다.’



그렇게 윤씨의 여행은 끝이 나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위해 누군가 인터넷 모금 운동을 시작했고, 수많은 이들이 그의 여행을 위해 주머니를 털었습니다. 윤씨는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움과 격려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씨 사연은 그가 오토바이를 잃어버린 지역인 영국 맨체스터의 한 지역지를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윤씨는 지난 24일 오전 11시쯤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마치고 나왔을 때 오토바이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됩니다. 카메라와 여권 등 소지품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겠지요. 윤씨는 이곳에서 여행을 마쳐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행운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그의 딱한 사정을 들은 현지인이 인터넷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오토바이 범죄 방지 센터의 관리자라고 소개한 이는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미펀드’에 윤씨의 사연을 올렸습니다. 잃어버린 애마 앞에 선 윤씨의 사진을 올리면서 “오토바이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한국인이 영국 맨체스터에서 여행하던 중 오토바이를 도둑맞았다. 대체할 만한 오토바이를 살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적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훔쳐 간 나쁜 사람만이 영국에 있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자고 했죠. 목표 금액은 3000파운드(428만원). 나흘 만에 259명이 3535파운드(505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윤씨가 잃어버린 오토바이에는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한국의 모든 사람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떠올린 문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로시난테’라고 이름 지은 오토바이로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37개국 6만4000㎞를 달렸습니다. 이제는 영국인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사준 새로운 오토바이로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칼, 모로코 등의 여행 일정을 시작할 거랍니다. 12만㎞를 달리는 게 처음 세운 목표라고 했습니다.

“짧은 영어 실력 때문에 (도움을 준 현지인들에게) ‘땡큐’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기도 했다”면서도 “제 의지와 상관없이 여행을 계속하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면서 웃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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