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밀실 경질’ 논란이 일었던 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육성 파일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꼬리 자르기’ 논란의 실체로 지목된 대한축구협회의 현대가(家)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5일 오후 방송된 KBS2 ‘추적 60분’은 ‘그들만의 왕국 정가(家)네 축구협회'라는 제목으로 4년 마다 되풀이되는 축구협회 논란과 현대가의 유착 의혹 등을 보도했다. 2011년 당시 A매치 12승 6무 2패의 좋은 성적을 올리던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예선에서 레바논에 패한 뒤 곧바로 경질됐다. 덕분에 밀실 경질 논란이 일었었다.

추적 60분은 당시 조광래 전 감독의 육성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조 전 감독은 “급하게 전화가 오더라. (당시 기술위원장이) ‘감독님 잠깐만 뵈어야겠다. 급하게 말씀드릴 게 있다’며 XX호텔로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기술위원회에서 결정한 거냐고 물으니 ‘감독님 잘 아시지 않냐. 부회장들과 다 결정했다’고 하더라”고 한 조 전 감독은 “그래서 ‘알았다. 네가 회장 심부름 온 것 밖에 더 되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질 발표 당시 조 전 감독에게 직접 내막을 들었다는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협회 내 파벌 때문에 조 전 감독이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추적60분에 “조 전 감독은 대표적인 야당 인사였고 그 당시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유력한 후보와 가깝다는 역학관계가 조 전 감독을 경질 시킨 것”이라며 “상식과 원칙, 절차 없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렇게 경질됐다”고 지적했다.

히딩크 감독 이후 15년 간 바뀐 국가대표팀 감독만 10명에 달한다. 평균 임기가 1년 6개월인 셈이다. 덕분에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김호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사람들이 실패를 하지 자꾸 감독을 바꾸는 거다”라며 “협회가 책임을 안 지려는 것밖에 더 되겠냐”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또 “자신들이 뽑아놓고 바꾼다는 건 일을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다”라며 “그러나 언론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 사람들(협회)는 실제 나와서 하지 않고 뒤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땐 협회가 잘못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김 전 감독이 비판한 대한축구협회의 회장은 현재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당시 정 회장의 최측근이 실세였기에 회장이 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친구가 모든 것을 총괄하기 때문에 일반 축구협회 직원들은 정보에 접근하는 게 완전히 차단돼 있었다”며 “완벽하게 정 회장 최측근이 와서 일사불란하게 축구협회를 장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993년 정몽준 축구협회장에 이어 정몽규 회장이 오른 뒤 20년 넘게 축구 협회를 현대가가 이끌어왔다. 정몽규 회장은 3선 연임까지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 의결하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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