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반대 촛불문화제. 김동우 기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6일 저녁, 직장인들의 숨가쁜 발길이 이어진 서울 중구 광화문 일대에 기독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명성교회 세습반대 촛불문화제를 열기 위해서다. 음악소리가 흘러나오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삼삼오오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공연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유모차를 끌고 찾아온 시민도 있었다.

종이컵으로 감싸진 촛대가 성도들의 손에 하나둘씩 들렸다. 옆 사람 옆 사람에게로 불꽃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문화 공연과 자유발언으로 이뤄진 촛불문화제는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기독법률가회 좋은교사운동 청어람ARMC 촛불교회의 참여로 이뤄졌다. 시민은 200여명이 참여했다.

명성교회 세습반대 촛불문화제. 김동우 기자

사회는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가 맡았다. 그는 “이것은 교회 내부의 문제 아닌가 교회 세습 문제를 거리에까지 나와서 촛불을 킬 이유가 무엇인가 반문할 수 있다”며 “그러나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개교회 내부의 사안이 아니라 일반 언론과 저녁 뉴스에 공공연히 나오는 사안이 됐고 그 사안에 대해 그리스도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씀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반대 촛불문화제. 김동우 기자

CCM 가수 이길승씨의 노래로 촛불문화제는 시작됐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숨죽이며 “황금에 홀린다, 홀리 홀리 홀린다”는 그의 노랫가락을 들었다.

기독법률가회 전 사무국장이자 서울동남노회비대위 변호인을 맡은 정재훈씨가 발언을 이었다. 그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교회 안의 돈과 권력이 기독교의 본질적인 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건”이라며 “교회를 사유화하고 그리스도가 교회 머리되심을 부인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문의 세습 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강행이 이뤄졌다”며 “그런데도 총회 재판국에서 바로잡지 못하고 유효하다 판결한 것은 법률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로 나아가 한국 교회의 중차대한 기로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좋은교사운동 김정태 공동대표도 발언했다. 그는 “2년 전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관련자들에 대해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며 “그 때는 정의감 하나로 충분했지만 오늘 이 자리는 단지 정의감만이 아닌 부끄러움과 비통함 감추고 싶은 슬픔 분노 등이 있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단순히 명성교회를 향해 그게 교회냐고 외치기에는 힘들며 그들도 우리와 같은 기독교인으로 우리와 같은 형제고 자매”라며 “우리 외침이 그들의 양심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우리를 이 자리로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대형 교회 세습을 보고 듣고 자라는 다음 세대를 생각해 달라. 그들이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가난한 자를 위해 스스로 낮아지는 기독교 정신을 배우지는 못할 것같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우리의 일이 아니었고 교회의 자정 능력을 신뢰해야 한다 생각했지만 이번 통합 측 재판국의 판결은 우리의 신뢰를 저버렸고 교회 안에 자정능력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기독교의 타락은 좋은교사운동 등 기독교 NGO를 질식사시키는 상황으로 우리 같은 단체들이 무슨 재주로 어린이와 청소년 상대로 기독교 사역을 할 수 있겠는가. 대형 세습 문제는 한국에 있는 모든 교인들의 문제로 우리의 공멸을 막아야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세습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한 그들의 약속을 지켜주셨으면 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가수 김승신씨의 공연에 이어 시민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새민족교회 황남덕 목사의 발언 후 성악가이자 사회선교단체 새벽이슬의 대표간사인 김영민씨가 공연을 이어갔다.

세반연은 한국교회 세습을 교회갱신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삼고 세습금지법 도입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세반연에는 감리교 장정수호위원회와 건강한작은교회연합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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