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시즌 막바지에 이르면 ‘매직넘버(magic number)’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매직넘버는 나머지 팀이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다고 가정할 때, 1위 팀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시키기 위해 이겨야만 하는 경기 수를 의미한다. 1위 팀이 1승을 추가하거나 2위 팀이 1패를 추가할 때마다 매직넘버는 1씩 줄어들게 된다. 매직넘버가 0이 되는 순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게 된다. 1위 팀이 나머지 팀을 맞상대해서 승리할 경우 1위 팀의 1승과 나머지 팀의 1패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매직넘버는 한꺼번에 2가 줄어들게 된다. 보통 1위 팀과 2위팀을 비교하는 데 쓰지만 나머지 팀의 우승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나갈 때도 사용한다.

반대로 트래직(tragic) 넘버가 있다. 상위팀이 전패하더라도 하위팀이 순위를 뒤집을 수 없는 패수(敗數)를 말한다. 원래는 1위 결정과 최하위팀을 결정할 때 쓰였지만 요즘엔 순위를 정함에 있어 1위 팀과 최하위 팀이 아니더라도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 트래직 넘버는 보통 숫자가 높을 수록 그 팀에게 유리하다.

현재 1위는 두산 베어스다. 116게임을 치러 75승 41패를 기록하고 있다. 승률은 0.647이다. 2위는 한화 이글스로 117게임을 치러 65승 52패, 승률 0.556을 기록하고 있다. 두 팀간의 승차는 10.5게임차가 난다. 두산이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에 근접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화가 남은 27게임을 전승을 한다고 가정하면 92승이 된다. 두산은 남은 28경기에서 27승1패를 거두면 동률이 된다.동률일땐 상대 전적이 좋은 팀이 앞선다. 어느 일방의 전승을 따질 때가 아직 아니어서 우승 트래직 넘버는 적용되지 않는다. 8위 롯데 자이언츠까진 따질 단계가 아니다.

그런데 이미 트래직 넘버가 완전히 사라진 팀이 벌써 존재한다. 10위 NC 다이노스다. 119게임을 치러 47승 1무 71패다. 승률은 0.398이다. 두산과 29게임 차가 난다. 그런데 NC가 남아 있는 25게임을 다 이긴다고 가정하면 72승 1무 71패다. 승률은 0.503이다. 만약 1위 두산이 남은 28경기를 전패한다면 75승 69패가 된다. 승률이 0.521으로 NC를 앞서게 된다. 결국 이 시점에서 NC는 우승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다.

9위 KT 위즈도 우승 트래직넘버 소멸 시효가 얼마 멀지 않았다. 116게임을 치러 48승 2무 66패로 승률은 0.421이다. 두산과는 현재 26게임차다. KT가 남은 28게임에서 전승을 거두면 76승 2무 66패로 승률이 0.535가 된다. 두산이 남은 28게임에서 3승을 거둘 경우 78승 66패로 승률 0.542가 된다. 트래직넘버는 3이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KT가 3패를 해도 마찬가지로 트래직넘버는 소멸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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