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금융기관에서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한 사건에 대해 ‘차별’을 인정했다.

금융거래 절차에서 장애유형 및 특성에 적합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원활히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지난달 17일 시각장애인 대출거부 사건에 대해 ‘피고(안양원예농업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중앙회)들이 연대해 원고에게 3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화해 300만원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 소송은 시각장애 1급 A씨가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안양 원예농협에 방문했으나 ‘자필서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출신청을 거부한 사건으로, 소송이 제기 된지 1년만인 지난 9월 5일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됐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자필서명이 어려운 시각장애인 A씨에게 ‘자필이 아니면 나중에 약관내용에 대해 몰랐다고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운운하며 신체적 장애가 있는 A씨에게 후견인 동행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사장 김성재, 이하 연구소)는 수차례 열린 피고 측과의 조정과정에서 ▲연 1회 정례적인 인권교육 실시, ▲약관 및 신청서류에 대한 점자 자료, 텍스트 파일 구비, ▲고객의 장애유형 및 특성 확인, ▲고객의 요청에 따른 정당한 편의제공 등 장애인 금융거래 절차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사항을 요구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가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안 된다(제17조)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20조(정보접근에서의 차별금지)에서는 정보를 이용하고 접근함에 있어 장애를 이유로 차별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법인·공공기관은 장애유형 및 특성에 적합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피고들이 제시한 후견인 제도는 「민법」에서 장애, 질병,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특정 사무에 관한 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게 법원의 심판을 통해 게시되는 것으로, 소송의 원고인 시각장애인 A씨에게는 적용조차 되지 않는 제도였다.

소송을 제기한 연구소와 시각장애인 A씨는 해당 금융기관이 해당 법률을 위반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야기한 점을 지적했다.

이를 시정하기위해 ▲내부직원들에게 장애인 편의제공과 관련된 인권교육을 시행할 것, ▲A씨에게 손해배상금 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정은 불성립되고, 해당 금융기관이 A씨에게 손해배상금 3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화해권고 결정이 나온 것이다.

시각장애인 A씨의 소송을 대리했던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손해배상액이 일부만 인정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법원이 장애인 금융거래를 일률적으로 제한한 사건에 대해 차별을 인정하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리고, 금융기관에 손해배상까지 하도록 한 것은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진행했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해당 금융기관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한 것은 단발적인 일회성 교육에 불과하다”며 “장애인 금융거래 차별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소송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장애인이 금융거래 절차에서 차별을 겪는 사례는 최근까지도 지역을 불문하고 빈번하게 접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에서의 승소는 의미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상대로 한 차별 사례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안이 수립돼야 한다”며 “금융기관 또한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매뉴얼 개발, 정례적인 인권교육 실시 등 적극적인 개선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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