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날개를 단 맹의순의 시’ 첫 울림은 아름다웠다

지난 5일 서울 남대문교회 백합찬양대 ‘거룩한 꽃’ 초연, “가곡의 느낌을 주는 곡”

남대문교회 백합찬양대가 지난 5일 교회 본당에서 '거룩한 꽃'을 초연하고 있다.

남대문교회 본당에 백합찬양대(지휘 홍충식, 반주 김지현)가 자리를 잡았다. 지휘자가 손을 들자 어느새 찬양이 시작됐다. “저 실로암 물가에 핀 한 송이 백합…”. ‘노래의 날개를 단 시’는 2분40초 남짓 예배당을 울렸다. 세 차례의 ‘아멘’으로 마무리되는 곡은 긴 여운을 남겼다. 원로작곡가 박재훈(96·토론토 큰빛장로교회 원로) 목사와 1952년 부산 거제리 포로수용소에 수감 중 세상을 떠난 맹의순(1926~1952)의 신앙의 여정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박 목사와 맹의순의 곡과 시가 어우러진 찬양 ‘거룩한 빛’이 지난 5일 서울 남대문교회에서 초연됐다.(국민일보 8월 22일자 25면 참조) 둘은 해방 직후 남대문교회에서 찬양대 지휘자와 교회학교 교사로 활동하며 우정을 쌓았다. 남대문교회는 이 둘을 묶어준 공간인 셈이다. 연주를 마친 홍충식 지휘자는 “시의 내용과 곡이 무척 잘 어울린다”면서 “‘가고파’나 ‘보리밭’과 같은 가곡을 듣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찬양대원들의 평가도 비슷했다. 알토소프라노 이화영 권사도 “정말 가곡을 부르는 것 같았다”면서 “외우기도 쉬워서 앞으로 많은 교회들이 불렀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거룩한 꽃이 빛을 본 건 기적과도 같았다. 둘은 신앙 안에서 우정을 쌓으며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찬양했다. 1949년 어느 날 맹의순은 박 목사에게 자작시 한 편을 전하면서 곡을 붙여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6‧25전쟁 중 맹의순의 시를 분실하고 말았다. 일생 마음의 짐으로 남았던 일이었다.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시가 발견된 곳은 맹의순이 포로수용소에서 쓴 일기를 묶어 최근 출판된 ‘십자가의 길’(홍성사)에서였다. 박 목사는 즉시 작곡을 시작했고 지난달 악보를 남대문교회로 보내왔다.

맹의순은 6·25전쟁 직후 피난길에 올랐으나 미군으로부터 인민군이라는 오해를 받아 부산 거제리 포로수용소에 억류됐다. 그는 석방될 기회를 마다하고 부상당한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의 발을 닦고 치료하는 등 복음을 전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는 10일 전북 이리신광교회에서 열리는 103회 정기총회에서 맹의순을 순직자로 추서한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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