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나오미가 9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US오픈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신화뉴시스

오사카 나오미(21)는 US오픈 우승으로 일본인 사상 첫 메이저 테니스대회 타이틀을 손에 넣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소란으로 시상식장에서 찜찜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결승에서 대결한 세리나 윌리엄스(37·미국)와 체어엄파이어(주심) 사이에서 벌어진 마찰 탓이었다.

오사카는 9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윌리엄스를 2대 0(6-2 6-4)으로 제압했다. US오픈은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과 함께 세계 4대 테니스 메이저대회로 분류된다. 오사카는 일본인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상금 380만 달러(42억7000만원)를 수확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윌리엄스는 경기 도중 분을 삭이지 못하고 라켓을 바닥에 내팽개쳤고, 체어엄파이어인 카를로스 라모스 심판과 충돌했다. 라모스 심판에게 거센 말로 항의하기도 했다. 대회 관계자들이 험악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장내로 들어올 정도였다. 장내 혼란은 시상식까지 이어졌다. 관중은 야유를 퍼부었고, 오사카는 눈물을 쏟았다.

세레나 윌리엄스(오른쪽)가 9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체어엄파이어인 카를로스 라모스 심판(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AP뉴시스


상황은 이랬다. 윌리엄스는 오사카에게 게임스코어 3-1로 앞선 2세트 5게임에서 30-40으로 졌다. 세트스코어 0-1로 뒤진 2세트에서 역전을 시도했지만 게임스코어 3-2로 쫓기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라켓을 코트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라모스 심판은 이때 윌리엄스에게 경고를 줬다. 라켓 패대기는 경고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다. 이때만 해도 큰 소란은 없었다.

문제는 윌리엄스도 알지 못한 1차 경고가 누적된 점에 있었다. 라모스 심판은 윌리엄스에게 “경기 초반에 코치의 지시를 부당하게 받아 한 차례 경고가 쌓여 있었다”며 2차 경고를 선언했다. 윌리엄스는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이때부터 흔들렸다. 오사카에게 두 게임을 연달아 내주고 게임스코어 3-4로 역전을 당했다. 7게임을 마치고 라모스 심판에게 다가가 “당신에게 점수를 도둑맞았다. 당신은 거짓말을 했다. 앞으로 내 경기에 들어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라모스 심판은 윌리엄스에게 3차 경고를 줬다.

세레나 윌리엄스(왼쪽)가 9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US오픈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오사카 나오미의 뒤에서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신화뉴시스

윌리엄스는 8게임에서 페널티를 받아 게임스코어를 빼앗겼다. 오사카는 게임스코어 5-3으로 앞섰다. 한 게임만 더 따내면 우승할 수 있는 매치포인트. 윌리엄스는 9게임에서 40-0으로 앞섰지만 이미 오사카 쪽으로 기울어진 무게중심을 되돌려놓지 못했다. 오사카는 10게임에서 40-30으로 승리해 2세트를 6-4로 따냈다. 그렇게 우승을 확정했다.

시상식장은 관중의 야유로 가득했다. 오사카가 아닌 심판과 대회 운영진을 향한 야유였다. 축하를 받아야 할 오사카는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윌리엄스는 엉뚱하게 유탄을 맞은 오사카를 감쌌지만 야유는 시상식 초반까지 이어졌다.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는 챔피언을 준우승자가 다독이며 위로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윌리엄스는 시상식장에서 “더 이상 야유하지 말아 달라. 오사카의 경기는 훌륭했다. 지금은 오사카를 축하하는 자리”라며 관중을 진정시켰다. 울음을 그친 오사카는 어두운 표정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애써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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