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기 일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의 경기. 한국 선발 멤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장현수(27‧FC 도쿄)를 향한 감독들의 신뢰는 계속되고 있다.

신임 감독 파울로 벤투의 첫 소집 명단에 그가 포함됐을 때 많은 팬들은 의문을 보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수차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며 전국민적 지탄을 받아 선수의 심리적 압박감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장현수 선택은 당연하면서도 예견된 결과였다.

전임 감독인 울리 슈틸리케와 신태용 체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 나서며 모두가 수비의 중핵으로 활용한 선수기 때문이다. 특히 장현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10경기 동안 총 1123분을 활약했다. 사실상 풀타임이다. 월드컵에서도 전경기 선발로 출전했다. 2016년 이후 A매치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다.

아직 선수단을 낱낱이 들여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벤투 감독으로선 2018 러시아 월드컵 선수들을 이번 9월 A매치에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벤투 감독은 “장현수를 단순히 독일전만 보고 발탁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많은 포지션에서 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임을 확인했다. 기술적으로 팀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선수로 판단하고 있다”고 그의 선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런만큼 장현수의 어깨에 짊어지게 될 책임감과 그의 영향력도 막중해졌다. 장현수는 두 명의 전임 감독 시절 센터백과 라이트백,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며 중용됐다. 스리백과 포백 등 다양한 전술이 실험되는 과정에서도 항상 빠지지 않고 팀의 중심을 잡아줬던 선수 역시 장현수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을 앞두고 기성용이 부상당하자 신 전 감독이 가장 먼저 장현수를 떠올렸을 정도다.

장현수는 7일 열렸던 코스타리카와의 벤투 감독 데뷔전에서 홍철과 김영권, 이용과 함께 포백라인을 이뤘다. 홍철과 이용이 공격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가담해 올라가 있는 동안 김영권과 함께 준수한 호흡을 보이며 무실점으로 뒷공간을 지켰다. 이후 기성용이 나간 이후 그의 자리로 올라와 숏패스를 바탕으로 팀의 공수를 조율했다. 클리어링 상황에서 실수를 범하는 등 몇차례 불안한 모습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활약이었다.

장현수는 경기가 끝난 후 “언제 또 대표팀에 뽑힐지 알 수 없다. 대표팀에 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헌신하고 싶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악몽 같은 월드컵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있다. 이기려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일 이기지 못하고 내 경기력이 안 좋더라도 ‘내가 준비를 덜 해서 이렇게 됐구나’라고 여긴다. 정신을 편안하게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현수는 어느덧 대표팀에서 기성용과 김영권을 이은 고참 선수가 됐다. 악몽 같은 월드컵 트라우마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음에도 감독의 부름에 끝까지 달리고 있다. 장현수만이 가지는 풍부한 경험은 첫 발걸음을 뗀 벤투호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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