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 주인공 알렉시스 산체스. 지난 달 27일 토트넘과의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상대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백넘버 ‘7번’은 가장 상징적인 번호로 꼽힌다. 전설적인 선수들이 대부분 7번을 거쳐 갔다. 조지 베스트와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와 데이비드 베컴이 그 주인공이다. 리오넬 메시와 현대 축구계를 양분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맨유의 7번을 거쳐갔다.

등번호의 무게감 때문일까. 호날두 이후 등번호에 7번을 새긴 선수들은 제 기량을 만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맨유의 7번 선수들은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지거나 적응의 어려움을 겪으며 감독과의 불화 등 여러 잡음 속에 팀을 떠나야했다. 이쯤 되면 ‘7번의 저주’라 할만하다.

호날두의 뒤를 이어 7번을 계승한 마이클 오언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두고 싸우는 숙적 리버풀 유소년 출신인 오언을 팬들이 달가워 할리는 없었다. 오언은 2001년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를 거쳐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으나 맨유에 입단할 때 이미 전성기는 지나 있었다.

뉴캐슬에 소속됐을 때 당했던 부상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52경기 17골. 웨인 루니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백업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서며 제한적인 기회만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활약은 준수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오언에게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던 팬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기엔 부족했다. 맨유의 7번을 달았떤 오언은 현재 리버풀 엠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앙헬 디 마리아 역시 7번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디 마리아는 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4년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리오넬 메시와 함께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월드컵이 끝난 후 5970만 파운드(한화 1010억원)의 막대한 이적료와 함께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디 마리아를 향한 맨유의 기대감은 엄청났다. 당시 잉글랜드 최고 이적료와 함께 망설임 없이 7번을 내어줬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다시 한번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 도전하는 팀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 믿었다.

디 마리아는 이러한 기대감에 걸맞게 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쳤다.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도 수상했다. 하지만 그 역시 곧바로 내리막을 걸었다. 루이스 반 할 감독이 전술적 실험을 이유로 그를 다양한 포지션에 위치시켰고, 이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내리막을 걸었다. 반 할 감독과의 불화설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경기 안팎으로 불거지는 끊이질 않는 잡음 끝에 결국 적응에 실패하며 한 시즌만에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떠났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득점왕을 차지한 멤피스 데파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반 할 전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리그 29경기(교체 13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고작 2골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최악의 부진을 떨쳐내지 못했다. 조제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이후 완전히 입지를 잃게 되며 초라하게 프랑스 올림피크 리옹으로 떠났다.

‘7번의 저주’는 알렉시스 산체스가 이어 받았다. 산체스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맨유 유니폼을 입은 직후 리그에서 2골 3도움만을 기록하며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아스날 시절 보였던 환상적인 드리블과 화려한 볼 컨트롤 능력은 사라졌다. 이번 시즌 역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그와 함께 팀도 2승 2패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산체스가 50만5000파운드(약 7억원)의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을 받고 있는 만큼 부진으로 인한 팬들의 비난은 더욱 더 날이 서 있다.

그럼에도 산체스가 대체불가한 맨유의 핵심 자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맨유에는 유일하게 팀 내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크랙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산체스는 시작된 ‘7번의 저주’와 무리뉴 감독의 3년차 징크스 모두 깨야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게 됐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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