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동을 4대 0으로 꺾고 우승한 김성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폭군’ 이제동이 김성현에게 충격의 영패를 당했다.

이제동은 8일 서울 광진구 예스24홀에서 열린 코리아 스타크래프트리그(KSL) 결승에서 김성현에게 0대 4 완패를 당하며 우승컵을 내줬다. 이제동은 결승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동기부여가 사라졌다”고 말해 팬들의 비판을 들었다.

그는 “솔직히 옛날만큼의 열정이 없다”며 “과거엔 프로게이머로서의 성공과 우승을 바라보고 게임을 했으나 이젠 그 정도 동기 부여는 없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성현은 달랐다. “머릿속엔 오직 게임 생각뿐이다. 밥 먹고 연습하다 보면 하루가 끝나있다”며 게이머 데뷔 이후 첫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내비쳤다.

간절함과 노력의 차이였던 것일까. 두 선수의 다른 마인드는 경기력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결과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김성현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8배럭과 노배럭 더블 등 전략적인 수를 비롯해 4강에서 김민철을 꺾으며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1-1-1 빌드(원배럭-원팩토리-원스타포트)까지 다채로운 전략을 구사했다.

김성현의 준비가 돋보였다. 자신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선배 이제동을 상대로 다전제 승부에서 전혀 심리적으로 뒤처지지 않고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1세트와 2세트는 김성현의 전략적인 승리였다. 1세트는 전진 병영 이후 벙커링을 시도해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이끌어 나가 승리를 거뒀고, 2세트는 노배럭 더블이란 과감한 승부수를 들고 나오며 손쉽게 경기를 따냈다.

다소 허무하게 끝난 앞선 두 경기와 다르게 3세트는 치열한 양상이 펼쳐졌다. 2점차로 뒤진데 대해 부담감을 느낀 이제동은 9드론이란 공격적인 수를 선택했고, 이후 히드라와 저글링을 짜내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김성현은 침착한 수비와 컨트롤 끝에 사이언스 베슬로 뮤탈리스크를 모두 녹여내며 승리를 거뒀다.

특히 마지막 4세트에서 김성현의 심리전이 돋보였다. 1-1-1 빌드를 선택했으나 테크에 집중하지 않고 배럭을 빠르게 늘려 상대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빠르게 바이오닉 병력을 구성해 경기를 끝내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런 김성현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제동은 빠르게 울트라 리스크를 생산하며 가까스로 김성현의 첫 진출을 막는데 성공했으나, 2타 3타로 이어지는 김성현의 추가타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심장과도 같던 3시 멀티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3시를 잃고 앞마당으로 전진하는 김성현의 병력 앞에 이제동은 ‘GG’를 선언했다. ‘택뱅리쌍’이라 불리면서 스타크래프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제동의 도전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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